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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 고향 7월은…

 

이제 7월이다. 노천명 시인이 5월을 가리켜 계절의 여왕이라고 명명했거니와 7월은 일 년 중 신록이 가장 푸르름을 자랑하는 계절이다. 7월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시인은 이육사이다. 그의 대표작 <청포도>의 모두(冒頭)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때문이다. 이육사의 고향 경북 안동의 원촌리에는 지금도 시구처럼 청포도가 열린다. 퇴계 선생의 14대손으로, 태어나고 자란 고택(古宅)은 안동 다목적댐 공사로 수몰되었지만, 그의 시는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바로 밑의 동생 원조는 북으로 갔고 전쟁 당시 서울에 와서 문인들을 월북시켰는데, 전쟁 후 미제국주의자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했기에 그는 죽어가면서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했을까.

우리 문학사에서 고향을 가장 실감나게 그린 시인은 역시 정지용이며, 박인수와 이동원이 듀엣으로 불러 더욱 유명해진 시 <향수>가 그것이다. 다섯 연의 후렴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런데 그의 또 다른 시 <고향>에는 고향에 대한 실망감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마치 이방인같이 느껴졌는가. 그래서 마지막 구절을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푸르구나”로 장식하고 있다.

그는 이화여대 교수를 지내다 전쟁을 맞았는데 피란을 가는 중이었는지, 북으로 가려 했는지 의정부 부근을 지나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 상봉 때에 북으로 간 장남 구인씨와 남쪽에 남은 차남 구관씨, 장녀 구원씨가 만났다. 얼싸안고는 서로 부친의 소식을 물었으나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한동안 남북에서 각각 잊힌 작가이며 자녀도 남북으로 나뉘었으니, 분단이 낳은 비극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고향>이란 걸출한 소설을 남겼음에도 고향을 배반한 대표적인 작가는 민촌 이기영이다. 그의 고향은 충남 아산이다. 제목 그대로 고향을 실감나게 그렸다. 동경유학 중이던 김희준이 학자금의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인 원터마을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희준과 안갑숙이 대농민 봉사·두레·소작쟁의·노동쟁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농민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해방 후 북으로 넘어가면서 가족을 버리고 홀로 갔기 때문이다. 단신 월북하는 바람에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은 모진 고통을 겪었다. 월북문인으로는 드물게 숙청당하지도 않았고 장수하여 1984년 세상을 떠났다. 이기영은 북에서 결혼하였는데 장남이 이평이며, 차남은 이종혁이다. 이평은 성혜림이라는 여자와 결혼하여 딸을 하나 낳았는데 이를 낚아챈 사람이 김정일이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비운의 왕자(?)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장남 김정남이다. 차남 이종혁은 김정일과 김일성종합대학 동창으로 한동안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었다.

이기영은 북에서 대하소설 <두만강>과 <땅>을 남겼다. <두만강> 8권으로 되어 있는데 그의 고향이 소작쟁의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공간은 북으로 이동한다. 일제와 지주에 탄압받는 민중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구세주로 김일성이 등장하여 작품이 종결된다.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어디에도 와본 적이 없는 김일성이거늘, 천재작가 이기영은 생존을 위해 이러한 구도를 설정했으니 딱하다. 고향을 배반했기에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7월이 시작되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노산 이은상의 시조 <가고파>를 읊조려 보자. 아련하게 고향이 떠오를 것이다. 계속 흥얼거리면 고향이 그리워질 것이다. 포근한 고향의 산하가 생각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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