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번 청소년해외봉사캠프를 본인이 원해서 참여하게 된 학생은 손을 들어 보라 했더니 아무도 없었다. 지난 7월 30일 수원의 중·고생 34명이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캄보디아 씨엠립주의 빈민 초등학교와 무료급식소, 고아원 등으로 6박8일의 해외자원봉사를 떠나는 날의 버스 속 분위기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캄보디아 씨엠립주는 수도 프놈펜 다음으로 큰 주(州)로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있는 관광수입을 주로 하는 도시이자 동양 최대의 ‘돈레샵’ 호수에서 어업을 주업으로 살아가는 낙후된 지역이다. 수원시는 2007년부터 씨엠립주의 ‘프놈끄라옴’이라는 빈민촌에 초·중학교 신축과 마을회관 건립, 마을우물을 여러 군데 설치한 바 있어 상호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번 ‘프놈끄라옴 수원마을’을 학생들이 해외봉사로 방문하는 것 역시 연례행사다.
우리나라 중·고생 누구나 그렇듯 여름방학이면 평소 부진한 과목의 보충을 위해 학원을 가거나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로 바다나 계곡을 찾아야 할 학생들이지만 8일간의 해외자원봉사를 우리나라보다 더 뜨거운 나라로 부모나 선생님에게 등을 떠밀러 가게 되었으니 나부터도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해외봉사는 물론 해외 출국을 처음 하는 학생으로 타국에 대한 생소함과 궁금함이 있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막상 캄보디아 현지 도착 후 학생들에 대한 우울모드 기우는 말끔히 씻겼다. 프놈끄라옴 수원마을 초등학교를 방문한 34명의 학생들은 방학인데도 600여명의 현지 아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3개조로 나눠 노래와 춤을 추며 악기연주 등으로 친밀감을 더했다. 또 운동장에서는 단체줄넘기와 제기차기, 계주달리기 등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함께 나눴다.
다음날 다일공동체에서 결식아동 급식봉사 체험을 통해 한끼의 급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우치는 시간이 되었음은 물론 PACDOC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연과 게임으로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들은 모든 봉사활동을 무사히 마치며 ‘봉사정신과 공동체의식’이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필수 요소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이번 여정의 마지막 하루를 위해 1천년을 기다려온 ‘앙코르와트’를 만나러 갔다.
캄보디아는 우리가 한국전쟁을 겪듯이 동족상잔의 아픈 현대사를 품고 있는 나라다.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 인접국인 캄보디아는 론놀의 공화정부 붕괴와 시아누크 망명으로 사회주의자인 크메르 루즈의 폴포트가 정권을 잡으며 교사, 지주, 종교인 등 소위 지식인과 자본주의자 200만명을 무참히 학살하는 ‘킬링필드’가 1979년까지 자행됐다.
당시 총인구 700만명 중 3분의 1을 학살한 만행이 있었던 이 나라는 청소년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이나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없어 문맹률이 15%나 된다고 하니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 더구나 한 정권이 28년의 장기집권을 하고 있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나 최근 총선에서 야당의 약진이 돋보여 그나마 희망의 싹이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과정을 젊은 나이에 겪은 세대인 본인은 현재 캄보디아가 마치 우리의 70년대 초반을 보는 것 같아, 우리가 겪어온 격정의 수십년 세월을 이 나라는 어떤 과정으로 겪어 나갈까 생각돼 봉사기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또한 수도 프놈펜의 일면은 우리나라의 현재 생활수준과 다를 바가 없어 빈부격차도 느낄 수 있다.
이번 ‘2013 청소년해외봉사캠프’를 통해 우리의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웠을까? 이들은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직 10대들이며 우리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은 학생들이다. 우리 어른들은 캄보디아와 달리 우리 학생들에게 일할 수 있는 것만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