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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을지연습은 왜 하는가?

 남기산

경기도 비상기획담당관
▲ 남기산 경기도 비상기획담당관

 

1968년 1월 21일 소위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이라고 인구에 회자되는 사건은 대한민국의 현대 역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이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는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고, 군대에는 모든 장병들에게 유격훈련이 실시되었으며, 정부의 모든 기관이 참여하는 을지연습이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이 사건이 초래한 크고 작은 많은 변화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으나 그 중에서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실시되는 을지연습은 그 의미가 중차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을지연습은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난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 놓고,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절차를 연습하는 훈련이다. 1968년 5월 11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주관 하에 그 해 7월에 ‘태극연습’이란 명칭으로 처음으로 실시하였으며 ‘을지연습’이란 명칭은 1969년부터 사용하였다. 그 후 군(軍)의 ‘프리덤가디언연습’과 통합하여 2008년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해마다 실시하는 이 연습에 일부 나이브한 인사들과 심지어 고위직 공무원조차 실효성도 별로 없고 부여되는 상황도 예년과 다를 것 없는 연습을 왜 실시하는가 하는데 회의를 표명하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의 연습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훈련과 연습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여 인간의 본능적, 조건반사적인 체득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행태적 학습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기 사고에서 많은 희생자를 내지 않은 데 대해 여승무원이 “평소 훈련한대로 조치를 했다”라는 답변은 이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나 군대도 전쟁에 대비한 연습을 꾸준히 해 두어야 전시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정부의 기본적인 존재 이유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증진에 있는 것이므로 정부의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군인·경찰·소방·일반 공무원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연습에 참여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의 전쟁 양상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였음에도 매년 비슷한 연습을 하는 이유도 우리가 실생활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나의 수(手)를 상대에게 미리 모두 보여주거나 알려주고 게임에 임하면 절대 이길 수 없듯이, 방어 위주인 을지연습을 하면서 국가의 최고 기밀인 국방 전략과 전술을 적에게 공개할 수 없는 것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하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이지 이미 뺀 칼은 자신의 실력을 노출함으로써 적에게 효율적인 방어 수단을 강구하게 하거나 반대로 약점을 적에게 노출함으로써 역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6·25와 같은 전통적인 전쟁, 테러, 접적지역 주민이동과 대피, 주요시설에 대한 피폭 사태 등 발생 가능한 유사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예방·수습하는 과정을 반복 숙달시키는 것이다. 특히 주민이동훈련의 경우 전시에 수십만 주민이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그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있으나, 우리 군의 정보수집 능력을 신뢰하고 이동 대상 주민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주이동로 진입을 통제할 경우 무리 없이 이동을 완료할 수 있다. 더구나 전쟁 중에 적군의 총포탄에 희생되는 것도 억울한데 아군의 실수로 인한 오폭에 희생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이고, 접경 지역의 선량한 백성들이 적군의 총알받이로 악용되는 상황은 더 이상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6·25전쟁 당시 우리 정부는 국민들에 대한 생활필수품 공급, 피란민 철수, 치안유지 등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는 대책이 부족하여 많은 피해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중단된 상태이며, 여전히 북한은 핵개발, 장거리 로켓 발사, 서해교전 등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정부가 국민의 안전한 삶을 지키고 연습을 통한 전쟁 억지력을 배양하며 충무계획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삶을 지키고 평화를 수호하는 첩경이며, ‘을지연습을 왜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정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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