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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년에 개봉된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966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황야의 무법자’(원제: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영화다.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국에서도 미국의 서부영화처럼 광대한 스케일의 총잡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연기력과 예기치 못한 반전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7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규제에도 ‘좋은 규제, 나쁜 규제, 이상한 규제’가 있다. 여기서 규제란 정부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흔히 규제라고 하면 없애야 할 것,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보는 편견이 있지만, 규제 중에는 좋은 규제도 많다. 예를 들면, 식품의 안전을 위한 규제, 몸에 좋은 식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규제들이 대표적이며, 생선이나 식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고 식품의 성분을 분명히 표기하도록 하는 규제들이 해당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쁜 규제와 이상한 규제들도 많다. 규제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모두 그 이유가 있고 필요했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몸에 맞지 않는 규제로 변해버릴 수 있다. 이 규제를 바꿔주거나 없애지 않으면 나쁜 규제, 이상한 규제가 된다. 옛날 얘기이긴 하지만, 1990년대 초에는 해외여행을 나갈 때 반드시 동사무소, 요즘으로 말하면 주민센터에 가서 출국 신고를 하고 공항에 나가야 했다. 만약 그 절차를 깜빡 잊어버리고 공항으로 바로 갔을 경우에는 비행기 탑승이 거부되는 낭패를 겪게 되었다. 공항에 있는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와 병무청의 병역자원 관리담당자가 출입국 정보를 공유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출국하기 전과 입국한 다음에 두 번씩이나 동사무소에 가서 출입국 사실을 신고해야 했다. 이처럼 나쁜 규제, 이상한 규제가 1990년대 중반까지 존재했다.

지난 MB정부 5년간 소위 전봇대를 뽑겠다면서 규제완화를 집중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그럼 실제로 지난 5년간 규제가 많이 없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5년간 신설된 규제가 폐지된 규제보다 1천467건 더 많았다. 강화된 규제는 완화된 규제보다 536건 더 많았다. 규제의 건수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규제의 강도 역시 증가했다. 규제의 성격별로 보면 ‘강한 규제’의 비중이 2009년 이후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규제강도와 규제 건별 규제강도 모두 2009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또한, 다른 행정적 규제나 사회적 규제에 비해 경제적 규제의 품질이 가장 낮다. 경제적 규제 중에서 가격 관련 규제의 건수와 비중이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경제규제는 경제 전반의 활력은 물론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우려스럽다. 마지막으로, 공무원 1인당 등록규제 건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규제는 중앙부처 등록규제보다 3.3배나 더 많다.

새 정부도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겠다면서 MB정부와 마찬가지로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규제총량의 규제가 필요하다. 기존 규제의 폐지 없이는 새로운 규제의 신설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하고, 국회도 입법에 따른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며, 신설 규제는 가급적 존속기한을 설정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규제품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를, 진입규제보다는 거래규제를 늘리는 등 규제 방식을 선진화하고, 이를 통해 ‘좋은 규제’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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