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문 일대가 전통문화특구로 조성된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이 지역이 낙후성도 벗고, 공간적 특성도 살려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차로 내년 6월까지 지어질 전통교육 예절관과 전통식생활체험관이 특구를 선도하게 될 듯하다. 이어 시가 구상 중인 궁중문화체험관과 한옥체험관(게스트하우스)이 들어서면 일단 교육과 체험을 위한 기본 골격은 갖춰질 것이다. 장안문에 인접한 농협 북문지점을 한옥 형태로 고쳐짓는다는 계획도 좋다. 연간 20채씩 한옥 신축을 지원한다는 구상도 나쁘지 않다. 세계문화유산 화성복원사업, 행궁동 일대 마을만들기, 생태교통 수원 2013의 성과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발상이 평이하다. 교육장이나 체험관은 전통문화를 이야기하는 곳 어디에서나 가장 먼저 제기되는 아이템이다. 이들 시설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다 하는 건축사업 판을 또 벌이는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다. 이곳만의 특색 있는 예절교육, 식생활체험, 궁중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저 그런 건축사업에 시 예산만 낭비하고 마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한옥 형태로 전통을 가시화하는 것은 좋지만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한옥 지원사업이 충분히 보완된 것인지도 궁금하다. 시는 이미 2009년부터 화성 내에서 한옥을 짓고자 할 때 8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신청이 없었다. 원인은 절차가 복잡하고 지원액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특구 구상에서는 공사비의 최대 70%까지 2억원 한도 내에서 무상지원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 예산을 무상지원 하는 만큼 절차는 오히려 더 까다로워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전 조사와 점검이 잘 이루어졌기를 바란다. 덧붙인다면, 연간 20채씩 한옥을 늘리기 위해 삶터에서 쫓겨나야 하는 세입자 등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줄 것도 아울러 당부한다.
주민들이 생활을 영위하는 현장을 전통문화특구로 가꾸어가는 일은 녹록치 않은 과제다. 현대를 무시한 전통도, 외양과 무늬만 흉내 낸 전통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전통과 현대 양자가 조화를 이루려면 삶의 지속성에 바탕을 둔 유연한 사고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주민의 자발성을 북돋우는 아이디어를 더 많이 발굴할 필요가 있다. 시 주도로 전통문화특구를 ‘개발’하려 할 게 아니라, 주민과 어우러지면서 전통문화특구를 자연스럽게 ‘조성’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