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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양주시, 슬로푸드 정신 제대로 살렸나

슬로푸드 국제대회를 치러낸 남양주시가 유감스럽게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본보 17일자). 그 중 이석우 시장의 선거법 위반 건은 꽤 파장이 클 전망된다. 이 시장은 추석 직전 개당 20여만원 하는 갈비 세트를 600여만원어치 구입해 슬로푸드국제대회조직위원회 명의로 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선물은 지역주민, 시 홍보대사,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달됐다 한다. 시장 측은 대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에게 홍보 차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도선관위는 지난 9일 이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서면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갈비 선물이 슬로푸드 정신과 어긋난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슬로푸드 운동은 단순히 향토음식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아니다. 생산성의 이름으로 우리 삶의 존재방식을 왜곡하고, 환경과 경관을 파괴하는 문명을 인간적 방식으로 되돌리자는 운동이다. 슬로푸드는 그런 정신이 담긴 음식을 가리킨다.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시장이 선물했다는 갈비 세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정신이 담겨 있지 않은 듯하다. 선물을 돌리기 전에 이 점을 깊이 짚어봤어야 한다.

지난 1~6일 치러진 슬로푸드 국제대회 자체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시의 자평도 그렇지만 외부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그러나 30만명 예상에 53만명이 다녀갔다는 게 성공의 잣대일 수는 없다. 찾는 발길이 많았다는 건 기쁜 일이 분명하지만, 이를 통해 슬로푸드 정신이 얼마나 확산되었느냐가 중요하다. ‘맛의 방주’ 프로그램 운영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든가, 진행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처음 개최하는 데서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진짜 반성해야 할 점은 주최 측부터 슬로푸드 정신에 철저했느냐 하는 점일 터이다. 대회 직후 구설수가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시장은 대회 후 한 인터뷰에서 남양주시를 슬로푸드를 넘어 슬로라이프 도시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속도의 노예’가 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런 목표를 가진 자치단체장이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도 남양주시가 전 세계에 자랑스러운 슬로라이프 도시로 탈바꿈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렇다면 쉽지 않겠지만 구태와 구습에서 벗어나는 방안부터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구설수도 ‘호사다마’ 식으로 얼버무릴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본질적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년 후 열리는 다음 아시아 구스토를 새로운 각오로 준비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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