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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미친 두산을 응원하는 이유

 

나는 요즘 미친(?) 두산을 응원하고 있다.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이 두산의 선전에 흐뭇해하고 있다. 페넌트 레이스 4위로 가을야구 잔치에 겨우 턱걸이해서 참여한 두산이 3위 넥센을 꺾더니, 2위 LG마저 이기고 드디어 대망의 코리안시리즈에 올라왔다. 이변에 이변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제 코리안시리즈의 상대는 삼성이다. 작년 재작년 2년 연속 페넌트 레이스와 코리안시리즈를 싹쓸이했던 막강 전력의 삼성은 올해도 페넌트 레이스 1위를 했다. 이런 삼성을 4위 두산이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원정팀 두산이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이기고 말았다.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코리안시리즈 3차전과 4차전, 그리고 5차전은 두산의 홈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당연히 두산이 삼성보다 유리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1차전과 2차전을 승리한 팀이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95%에 가깝다. 페넌트 레이스 4위로 올라온 두산이 1위 삼성까지 물리치고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이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두산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이유는 뭘까? 먼저, 꼴찌의 뒤틀린 심사라고 할 수 있다. 꼴찌 팀이 이기면 마치 내가 잘한 것처럼 기쁘고 내 일처럼 감정이입이 잘 된다. 잘하는 사람이 이기고 잘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흔한 일이라서 재미도 없고 기삿거리도 안 된다. 그 반대여야 재미있고 기삿거리가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새로운 기록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에 항상 예외는 있게 마련이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속담처럼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규칙 아닌 규칙이 깨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기록이 되는 것이다. 4위로 올라온 팀이 아직까지 1위 팀을 이기고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는 기록이 이번에는 깨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삼성의 질주가 불편하다는 것 때문이다. 2년 연속 우승이 3년 연속 우승으로 연장된다면 삼성의 독주가 이어지게 되고 어느 한 팀에게 힘이 쏠리는 것 같아서 조금 껄끄럽다. 어느 분야에서나 한 사람이나 한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은 요즘 같은 민주사회에서 불편하게 마련이다. 삼성이 최초로 프로야구 3연패를 했다는 것도 새로운 기록이긴 하지만, 4위가 1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는 새로운 기록이 더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이유는 두산의 팀워크가 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기에서 밀리는 팀이 상위팀의 실력을 팀워크로 이겨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기업 경영이나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실력과 기술이 모자라고 자금이 좀 부족하면 그걸 메워주는 영업력,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 고객서비스 등 다른 무엇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두산은 부족한 실력을 응집력과 팀워크로 보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약자의 모습을 지닌 두산의 선전이 흥미로운 것이다.

프로야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꼴찌의 반란’은 현실 세계에서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에 53달러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2만3천 달러로서 400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 15위 이내에 들며,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의장국을 맡아서 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도 크게 향상됐다. 과거에는 값싼 제품 취급을 받았던 삼성의 전자제품과 현대의 자동차는 세계시장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꼴찌의 반란 아니고 뭔가?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더 많은 꼴찌들이 희망을 갖고 유쾌한 반란을 일으켜 주기를 바란다. 그런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그들에게 실패자라는 딱지와 낙인을 찍어선 곤란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 에디슨을 다시 모셔 와야 한다. 2013년 10월 현재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절실한 것은 바로 꼴찌를 응원하고, 실패를 자랑스러워했던 ‘에디슨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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