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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난처하고 민망한 ‘한국사’ 교과서 논란

 

역사 교과서에 대한 갈등은 “어차피 벌어질 일”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처럼 취급됐던 것은 아닌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사를 통과한 8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뜨거운 이념논쟁이 재연됐다. 제7차 교육과정의 선택과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두고 2002년에 시작된 이 갈등은 교과서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장장 10년간 이어졌는데, 지난 8월30일,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필수과목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또다시 불붙은 것이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의 서술이 들어 있고, 여러 가지 사실(fact) 오류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대한 서술이나 정부수립, 역대 대통령,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4·19혁명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어느 출판사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 포기 검토를 운운하기도 했고, 그런 논란은 학문과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지어 어느 국회의원이 특정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고사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다른 의원들이 8종을 모두 분석한 결과로써 수능고사 예상 성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사 교과서는 아예 단일한 국정으로 발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침내 교육부는 장관이 직접 예고한 대로 8종의 전 교과서에서 오류·서술미비 등 총 829건을 찾아내어 이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집필진들은 “정부의 권고는 교육부장관에게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주장했고, 일부 출판사는 “집필진 동의 없이도 수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과서 검정 시스템이 미흡하면 검정심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교과서 정책은 중·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국·검정도서를 인정으로 바꾸었고 국어, 사회, 역사, 도덕 교과서에 대해서만 검정을 실시한다. 따라서 인정도서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선진국형 자유발행·자율채택제 실현을 지향하되 이들 특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검정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심사체제를 당장 보완해야 한다.

검정은 학교현장에서 자유롭게 선정해도 좋은 다양한 교과서를 내놓기 위해 실시한다. 즉 어떤 교과서를 채택해도 무방한, 믿을 수 있는 교과서들을 제공하기 위해 ‘헌법정신과의 일치’ ‘교육과정 기준’ ‘학문적 정확성’ 등을 주요기준으로 심사하게 되며, 이 심사에는 당연히 수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심사 결과로 ‘내용오류’와 ‘교육의 중립성’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심사 체제가 그 두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많아 심사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교육의 중립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심사기준이 미흡하다는 증거이고, 합격한 교과서인데도 오류가 많다는 지적은 교과서를 만든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수가 적고 심사기간도 짧아서 그 오류들을 다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예전부터 전체 교과서를 검정하는 일본은, 심사 근거도 상위 법률로 정하고 있고 심사기준과 절차도 매우 엄격하다. 또 교육과정 기준(학습지도요령)은 정부에서 수시로 개정하되, 교과서만은 언제나 4년 주기로 순차적 검정을 실시하므로 민간 출판사들은 그야말로 ‘예측 가능한 행정’에 따라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충분히 연구·개발한 교과서를 내놓게 된다. 또 정부에는 50명의 ‘교과서조사관’이 있어 모든 교과서들을 나누어 맡아 전문적으로 살펴보는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체제를 쉽사리 바꾸지도 않는다.

세계적으로 자유발행제가 주요 흐름인 시대에 새삼스레 일본의 행정체제를 본받자는 것이 아니다. 10년간 지속되는 그 논란을 보면서도 정작 검정체제는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최소한을 유지하던 편수조직은 없애버린 지난 일들이 안타까운 것이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 대입수능시험에서는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확정했다. 쉽게 출제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이러한 논란을 지켜보는 학생들에게는 미안하고 민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