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친 화성갑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32%에 그쳤다. 새누리당 서청원 당선인으로 당락이 가려지긴 했지만 후보를 낸 새누리당과 민주당, 통진당 등 여야 지도부로서는 할 말을 잃고 얼굴을 못 들게 됐다. 수치에서도 나타났듯 농촌지역임에도 불구하고 30%대를 기록한 낮은 투표율 때문이다. 이처럼 한심한 유권자 동원력으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승리한 집권당이나 패배한 야당이나 모두 반성해야 한다.
물론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우선 지적될 것은 현실정치 상황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과 염증이다. 여야는 만나기만 하면 정쟁을 일삼고, 국회는 열린 것도 열리지 않은 것도 아닌 가운데 민생법안은 산적해가고, 거기다 당리당략에 따른 논쟁은 끝이 없다. 이렇게 되니 신물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고질적인 병폐도 한몫했다. 공천과정에서부터 주민정서를 외면한 정치권의 아집과 함께 선거막판까지 고소 고발 등 네거티브공세가 난무하고 정책대결이 실종된 이번 보선에 주민들은 관심 없으니 정치인들끼리 제멋대로 해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평일에 치러진 탓도 있지만 어려운 경제난과 민생고를 겪는 주민들의 무관심도 투표율을 낮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이번 보선을 통해 다시 한번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명제만 확인한 꼴이 됐다.
낮은 투표율은 당선인의 주민 대표성에도 의심을 받게 한다. 집계 결과에서도 나타났듯 전체 선거인 18만9천817명 가운데 32%인 6만647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서청원 당선인은 81%가 개표된 오후 11시 현재 과반수인 3만1천여표를 얻었다. 그나마 다행은 유효투표수의 63%대를 얻었다는 점이다.
예견된 상황이긴 하지만 여야 각 정당이 부끄러운 선거전을 치르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서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는 원론적인 논평만 내놓고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열심이다. 이 같은 모습은 주민들 눈엔 정치권이 모두 함께 패배한 선거나 다름없는 것으로 비춰지며, 지역 일꾼보다는 결원이 된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선거였을 뿐이라는 허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정당 차원의 승부라는 따위의 의미는 애초에 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늦긴 했지만 여야는 선거 결과와 그 의미를 부풀리고 싶은 유혹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챙겨야할 민생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