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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문화의 계절, 시월

 

추분과 입동 사이, 한 달 보름 동안의 기간에 우리 주변 곳곳이 문화행사로 넘친다. 산야는 결실의 황금색을 띠고 있다. 들판이 그렇고 산비탈에 자리 잡은 유실수(有實樹)들이 그렇다. 풍요의 빛깔이 우리들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바다는 어떤가. 숭어가 팔뚝만큼 자라고 가을바람을 타고 전어는 우리의 서해를 한층 풍요롭게 한다. 가을 하늘은 한없이 공활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파란 하늘의 물감을 찍어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내고 싶은 계절이다.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문화행사 또한 우리의 의식과 사유를 한 차원 높여서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성을 확인하게 한다. 여러 문화행사를 참여해 봤지만 제자의 귀국 콘서트에 참여한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10여 년 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제자는 고전음악의 본고장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마치고 얼마 전 귀국하였다. 고3시절 교실에서 성악가의 꿈을 꾸는지 손짓과 몸짓과 표정을 지으면서 발성연습에 몰입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제 10여 년이 지난 후에 소프라노가 되어 귀국하였다.

소프라노 인구슬 리사이틀.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감각적인 음악적 해석과 청명한 음색을 지닌 소프라노. 사사한 교수가 소개되고 출신 국내대학교 소개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공부하고….” 각종 대회에 입상경력도 소개되는 등 매우 열심히 유학생활을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할 만도 한 무대였다. 가사는 그야말로 한 편의 시였다. 그 가사 내용과 음률에 몰입하여 감미로운 음색을 쏟아낼 때의 그 현장은 매우 낭만적이었다. 격조 있는 분위기에 취하여 가사를 보며 감상하니 너무나 시적이었다. 시와 음악의 만남이 메말랐던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유려한 선율의 세계로 들어가니 제자는 한 마리의 백학이 된 듯 너울너울 감성의 나래를 펴고 이 가을밤에 나를 사유(思遊) 속으로 인도하였다.

발표장엔 관객 300여명이 저마다 사연과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하고 있었다. 소프라노의 발성 기법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자연스럽게 오르락내리락하였다. 특히 아다지오의 선율일 때는 잠의 끝자락까지 깊은 명상으로 다가가곤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리셉션 장에서 제자를 만났다. 미소 지으며 손을 잡아주었다. 제자는 너무나 좋아하였다. 아련한 기억 저 편 속으로 나는 달려갔다. 그 교실에서 몸동작을 하며 성악가 흉내를 내며 어떤 곡의 일절 한 토막을 불렀다. 조용해야 할 교실이 제자의 성악으로 시끄러워 나는 내심 속으로 그 제자를 꾸짖고 있었다. 교실에서. 제자의 꿈이 성악가가 되는 것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그리고 세월은 흘렀다. 한동안 나는 제자를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현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갈채와 응원과 격려의 함성으로 제자를 축하하였다. 시월의 밤이 이렇게 감개무량(感慨無量)하게 흐르고 있었다.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경기예총 2012년 빛낸 예술인상 수상 ▲한광여중 국어교사 ▲전 (사)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 지부장 ▲시집-『카프카의 슬픔』(시문학사·1992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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