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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대장정' 마치는 지휘자 임헌정

오는 29일 말러 교향곡 10번과 1번 연주를 끝으로 5년간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회'를 마감하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임헌정씨.

예술의 도시로 성장한 '부천'을 이야기할 때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단연 이 사람의 이름을 먼저 떠올린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임헌정씨.
그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11월.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국내 음악계에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세기말과 '코드'가 닿아있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그가 남긴 10곡의 교향곡을 KBS교향악단도, 서울시향도 아닌, 소도시 '부천'에 적을 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전곡 완주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케스트라 역량의 최대치를 요구하는 '난곡'으로 소문난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로, 국내에서는 그 중 단 한 곡을 실연으로 들을 기회조차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다.
도전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안팎의 많은 우려를 안고 시작했던 이 '말러 대장정'이 99년 11월부터 그동안 9회의 연주를 마치고 이제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교향곡 10번'과 '1번'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힘든 여정을 이끌어 온 지휘자 임헌정 교수(서울대)는 우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이고, 힘들었다"며 허허 웃었다.
"자신과의 싸움이란 표현은 좀 뭣하지만, 무엇보다 건강 문제 때문에 제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단원이 70명이 채 안 되는데 연주인원이 100명이 넘는 곡을 소화하기 위해 모자란 인원을 채워 넣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휴,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당초 99년부터 2002년까지 햇수로 4년을 예정했던 말러 사이클은 임 교수의 건강 문제로 결국 2001년 한해를 쉬고, 연주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교향곡 7번' 연주회 때는 의자에 앉아 지휘를 해야할 정도로 건강이 편치 않았다.
임 교수는 "객원 지휘자를 세워 연주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공동 기획자인 예술의 전당측이 '청중은 임 교수와 부천필의 말러를 원한다'며 한해 순연을 배려해 줬다.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시작된 부천필의 연주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회를 거듭할수록 음악계에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전곡 완주라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해외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한 부천필의 빼어난 연주는 안팎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놀라웠다. '객석을 채울 수 있을까'라는 당초의 걱정은 기우였음을 증명하듯 관객들은 평균 70%에 이르는 높은 객석 점유율로 화답했고, 특히 지난 5월 '교향곡 8번' 연주회 때는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온.오프라인에서는 '말러 동호회' 모임이 잇따라 생기면서 부천필을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꼽는 마니아층도 든든히 생겨났으며, 여타 교향악단들도 자신들의 레퍼토리에 말러 교향곡을 추가하는 등 음악계엔 '말러 붐'이 일었다.
이러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은 임 교수와 부천필 단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왜 하필 어려운 '말러'냐고 묻는데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말러의 곡엔 농부의 춤, 포크송, 찬송가, 유행가 등 모든 계층의 음악이 다 들어있어요. 물론, 제대로 연주를 하기 위해선 엄청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죠. '아카데믹'하다는 것은 음악가의 기본 덕목입니다. 그저 인기에 영합하는 곡들만 연주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해야 할 예술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29일 연주회로 대장정은 막을 내리지만 이번 '사건'에 고무된 부천필과 예술의전당은 2004-2005 시즌 또 하나의 기획 시리즈를 3년 일정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호응을 보내준 관객이 너무 고맙고, 이들이 있는 한 우리 음악계에 희망이 있다"면서 "이들이 우리 음악계의 중추로 자리잡을 때까지 관객 양성 차원에서 또하나의 기획 연주회를 계속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9일 연주회에서는 마지막을 기념, 2000년 8월 '교향곡 4번', 지난 9월의 '교향곡 9번' 실황이 담긴 CD를 관객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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