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질주 본능과 힘, 도약, 강인함을 상징해서인지는 몰라도 말(馬)과 관련된 사자성어가 매우 많다. 그리고 각오를 다지거나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려의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그중 한마지로(汗馬之勞: 말이 땀투성이가 될 정도로 질주한다),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과 호시마주(虎視馬走: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말처럼 힘차게 달린다), 마혁과시(馬革裹屍: 말가죽으로 자신의 몸을 싼다는 각오로 싸움터에 나간다) 등은 새해에 잘 어울린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곧잘 꼽아왔다.
올해는 이런 말의 해(갑오년: 甲午年)다. 특히 60년마다 돌아오는 청마(靑馬)의 해다. 기마(驥馬) 혹은 천리마라고 불리기도 하는 청마는 백마·흑마·적마·황마 등과 달리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청마를 좋아한다. 가장 진취적이고 활발하며 강인함과 행운, 성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해서 청마의 해는 기운이 넘치고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도 갖게 됐다. 서양에서도 청마는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을 의미한다.
청마뿐만 아니라 모든 말은 건강, 남성성, 부, 풍요, 다산, 신비로움, 성공의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달려 나갈 기세가 진취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를 역동적인 한해로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시작을 잘못하면 이런 기대는 허사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낄 구멍이 없어진다’는 독일 시인 괴테(1749~1832)의 명언이 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해 놓고 역동의 한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새해에 간과해서는 안 될 교훈이기도 하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마불정제: 馬不停蹄)고 한다.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돌진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달리는 말 위에서 겉만 보고 지나가다(주마간산: 走馬看山)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자세로 계획을 추진한다면 청마는 분명 성공이라는 행운을 가져다줄 것임이 분명하다. 올 한해 우리 모두 건각(健脚)이 되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