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원고마감일이 며칠 안 남아서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복지사의 말이다. 몇 년째 지역 복지관 소식지에 기사를 써오던 일인데 여러 가지 일로 마감일이 되었는데 깜박 잊고 있었다. 이번에는 독거어르신과 함께하는 이웃일촌에 대한 기사를 쓰는 일이다. 급하게 자료와 영상으로 7개월간의 사업을 더듬으면서 처음에 가볍게 생각했던 이웃일촌에 대해서 감동을 갖기 시작했다.
요즘 시대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간다. 게다가 독거노인 문제가 생기고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복지관에서는 공동체 형성과 단절된 이웃관계를 회복하고자 어르신과 동네 가족, 혹은 청소년들과 1:2~3명으로 엮어서 정답고 즐거운 이웃일촌이 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다. 자료를 살피는 동안 이웃일촌이 된 어르신들에게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르신과 봉사자들이 만나서 이웃일촌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특성과 어려움, 그리고 상대방의 이해 등 다양하게 기초교육을 마치고야 이웃일촌이 시작되었다. 봉사단들은 월 1회 이상 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말벗이 되어 드리고 웃음치료, 미술치료 등으로 우울증 예방을 도왔다고 한다. 공동텃밭꾸미기, 레크리에이션과 인생 콜라주를 통해 서로의 인생 이해하기, 전통한과 만들기 등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통간식을 만들 때는 ‘옛날에 잡곡을 섞어 먹었어, 어디 과자가 있었나, 집에서 식구들끼리 만들어 먹었단다.’ 어르신들이 겪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신기한 세상이야기가 되어 옛날이야기가 무르익는다. 문화공연, 추억 만들기, 뮤지컬 관람, 트랙터 체험 등. 그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르신들과 일촌이 되는 매개 역할을 하며 서로를 익히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다.
이웃일촌이 된 이들이 손을 잡고 어우러져 행복해 하는 영상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든다. 많은 이야기 중에 아들 4분, 딸 3분이 있으신데 홀로 계셔서 혹시나 할머니가 외로우실까봐 걱정하는 마음과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대하셔 집에 와도 할머님이 또 뵙고 싶다고 한다. 어떤 학생은 늦게 찾은 것이 죄송스러워 농담을 던졌을 때 어르신들이 많이 웃어주시니 감사했다. 자주 만나니 할머니가 친할머니처럼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노인체험을 통해 어르신들의 신체적 불편함을 이해할 수 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어르신들과 어르신의 어려움과 특성을 몰랐던 청소년과 가족들의 만남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점차 가까운 이웃 일촌이 되어 갔다.
평균 연령이 높아가면서 여러 가지 노인문제가 대두된다. 복지관에서는 침체되어 가는 어르신들이 좀 더 밝은 모습으로 희망의 빛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노인들에게는 참다운 복지사업인 것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효와 공경의 의미까지 담긴 이런 사업처럼 노년의 삶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보다 밝은 사회가 되는 계기를 이 사회에서 자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저서: 시집 <연밭에 이는 바람>외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