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살이 많은 사람들은 안다. 비만과 그를 넘어선 고도 비만이 얼마나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지를. 더욱이 체중감량에 한순간이라도 성공해본 사람의 답답함이란 ‘모태비만(母胎肥滿)’보다 배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단군 이래 가장 높아지고 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고 보릿고개를 넘나들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비만걱정이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중국 연변에서 들은 우스갯소리 하나. 그 쪽에서는 다이어트를 ‘살까기’라고 한단다. 아무래도 북한말의 영향으로 여겨지는데, 한글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낯설면서 가상하다.
지난해 말, 허리 사이즈는 40인치를 넘고 체중은 세 자리를 훌쩍 건너뛴 남자 후배가 ‘살빼기 대작전’에 돌입했었다. 어미가 과거형이니 실패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점심을 거르며 사내 헬스장에서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뼈를 깎는 심정이었다. 보름쯤 지나자 얼굴에 각이 잡혔다.
본인은 물론 주위에서도 반겼다. 가장 감격했던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말은 안 했지만 그동안 거구의 남편과 살아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다.
또 다른 여자 후배도 남들은 아담한 사이즈라는데 굳이 살을 빼야겠다며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 회식 자리에서도 술잔을 거부했다. 주위의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체중 감량만이 살길’이라며 스스로를 다졌다. 둘 모두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요요는 어김없이 두 사람을 찾아왔고, 지금은 도로아미타불.
‘THE KOREA TIMES’가 지난 3일자에 ‘북 김정은 건강 이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비만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신년사에서 4초마다 거친 호흡을 내뱉었고, 키와 몸무게를 고려할 때 체질량지수를 계산하면 30이 넘는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래서 지금 같은 고도비만이 계속될 경우 조만간 심장질환과 당뇨 같은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호흡 간격으로 볼 때 심장이 좋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원인이 ‘심근경색’이라고 덧붙였다.
걱정도 팔자라지만, 인민은 굶주려 죽고 지도자는 배불러 죽는, 참 대단한(?) ‘인민’공화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