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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빙족희(氷足戱)

/정준성 논설실장

120년 전, 경복궁 향원정(香遠亭) 연못에서 이색 행사가 열렸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피겨스케이팅 시연회를 벌인 것이다. 이날 행사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자연 빙판으로 조성된 한국 최초의 피겨스케이트 링크 향원정에서 벌어진 시연회를 당시 조선에 머물렀던 영국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회원인 이자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저서 ‘조선과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1894년 겨울, 꽁꽁 얼어붙은 경복궁 향원정 연못에 서양 외교관 부부들이 모였다. 날 달린 구두를 신고 얼음을 지친다는 ‘빙족희(氷足戱)’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던 고종황제가 시범을 보여 달라고 청한 것이다. 빙족희를 구경하던 명성황후가 ‘남녀가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게 꼭 사당패와 색주가들 같구나’ 하며 못마땅해 했지만 얼음판 위에 놓인 의자를 훌쩍 뛰어넘는 곡예를 부렸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보기에도 생소했던 피겨스케이팅은 당시엔 장안의 화제였으며, 빙족희 또는 ‘얼음 굿’ ‘빙예(氷藝)’ 혹은 ‘양발 굿’이라 부르며 신기해했다. 이런 피겨스케이트가 우리나라에 정식 선을 보인 것은 1924년 1월 ‘피규어 스케잇 구락부(F.S.C)’가 탄생하면서부터다. 회원은 8명이었고, 연습 장소는 창경원 작은 연못이었다고 하는데 여자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1908년 올림픽 대회에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피겨스케이트는 초기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높았다. 또 대단히 보수적인 스포츠이며 백인우월주의도 매우 강해 1990년대 후반까지 올림픽을 비롯 국제대회 때마다 채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유색 인종에 대한 불이익이 매우 컸다. 1990년대 중반까지 피겨계를 빛냈던 프랑스의 흑인 스케이터 ‘수리야 보날리’가 그랬고, 올림픽을 2연패한 ‘카타리나 비트’와 카르멘 전쟁으로 유명한 ‘데비 토마스’는 어릴 때부터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보다 못한 백인 소녀들에 비해 번번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은 동양계 선수들이 맹활약 중이라 덜하긴 하지만. 그 중심에 우리나라 김연아 선수가 있고 그가 오늘(20일)에 이어 내일(21일) 피겨여왕으로서 귀환에 나선다. 끝까지 파이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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