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선조들은 조기(助氣)를 하늘의 이치를 아는 고기라 해서 천지어(天知魚)라 했다. 또 하늘의 기운을 알고 있다고 해서 조기(朝氣)라고도 불렀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물을 좇아오는 고기라 해서 추수어(追水魚)로 적고 있으며, 조선 정조 때 학자인 황윤석의 어원연구서인 화음방언자의해(華音方言字義解)에는 종어(宗魚)로 표기돼 있다. 종어란 물고기 중 가장 으뜸이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이의봉이 쓴 고금석란에는 석수어(石首魚)라고 했는데 참조기의 머리에는 뼈가 변하여 돌처럼 단단한 것이 붙어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기는 자기들 끼리 이 석수를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것이라 알려지고 있는데 모양은 다이아몬드 형태를 띠고 있어 부새와 참조기를 구분하는 기준으로도 삼고 있다.
이러한 조기는 예부터 산란을 위해 동중국해로부터 회유하여 곡우 무렵에 영광 법성포의 칠산 앞바다를 지나는 것을 제일로 쳤다. 알이 꽉 찬 이 같은 참조기를 잡아 해풍에 통째로 말린 것이 그 유명한 영광굴비다. 지금은 그 바다에 참조기가 귀해져 볼 수가 없고 대부분 타지에서 잡은 조기가 영광(榮光)을 대신하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칠산 앞바다에 2012년 겨울, 참조기가 대량으로 잡혀 30년 만의 풍어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잡힌 참조기 대부분이 한번도 알을 낳아보지 못한 1년생 어린 고기였다. 때문에 자원고갈 위기에 놓인 참조기의 어족보호를 위해 남획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떠들썩하기도 했다.
참조기가 지금은 제주도 근해에서만 잡힌다. 그것도 최근에는 중국 어선들까지 가세하여 싹쓸이 하고 있으며, 그런 조기를 우리는 수입해 먹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3월 초 이러한 참조기를 3월의 제철 웰빙 수산물로 선정하고 소비 촉진을 권장하고 있다. 수산물을 많이 먹으면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추진하는 ‘어식백세(魚食百歲)’ 캠페인의 일환이다. 하지만 소비가 부진한 것을 만회하고자 기획했다고는 하나 왜 하필이면 씨가 마르고 있는 조기였는지 궁금증이 앞선다. 지금은 후대에까지 맛있는 참조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한 특별관리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말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