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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복지 담론을 기대하며

 

지난 2월 말 서울 송파구에서 일어난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이 온 국민을 비탄에 빠트렸습니다. 서른 넘은 두 딸과 함께 사는 61세 어머니는 길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부상을 입어 가족의 생계수단이던 음식점 일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지요. 게다가 오래 전 타계한 남편의 병 수발 후유증으로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합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마지막 선택을 하면서도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담은 봉투와 함께 남긴 거듭 죄송하다는 유서가 우리들 마음을 참으로 아프게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생활고 등으로 인한 노인 자살이 하루 평균 11건씩 발생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 머잖아 100세 수명 시대를 맞는다는 우리 사회의 장밋빛 청사진 뒤에 숨어있는 슬픈 자화상입니다.

정부는 3월 한 달을 이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발굴에 나섰다고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타성이 반복되는 모습에 모두들 개탄합니다만, 그렇다고 차제에 그 외양간이나마 튼실하게 고쳐지길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대단히 비관적입니다. 정부의 대책이 미온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이런 재앙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세 모녀 이후에도 연일 비슷한 자살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이 같은 비극은 결국 우리 사회의 복지수준,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복지의 기대치 문제로 모아집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 적어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국민은 어느 정도의 복지를 기대해야 할까요? 유교적 가치규범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에서 국가와 사회의 몫으로 여겨져 왔던 복지대책의 많은 부분을 가족복지에 맡겨 왔고, 지금도 이런 경향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경제발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통적 가족윤리가 붕괴되고, 가족이 해체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와 노인 독거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인간다운 삶은 차치하고 생존마저 위협받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지원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에 맡겨둘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정치권을 필두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지엽적인 논의와 방편으로 호도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금기시하는 국민의 부담이 문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때 여야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가장 비중 높은 공약으로 주창하면서도 증세는 피해 갔습니다. 표를 얻는 데 치명적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복지는 결국 재원 문제이고, 국민 부담의 몫입니다.

OECD 자료에 나타난 조세부담률의 국제 비교를 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액(GDP)의 19.3%로 OECD 34개국 평균 24.7%에 비해 한참 낮습니다. 조세에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국민 부담률도 OECD 평균 34.6%에 비해 26.8%로 네 번째로 낮습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덴마크 등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은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세금 더 내라는데 좋아할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에 안주해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 모두에서 인용한 세 모녀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그늘진 이웃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안으려면 경제와 사회 발전에 걸맞은 복지의 확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소요재원의 조달이 필수적입니다.

여야 정치인도, 대통령도 꺼내기 싫어하는 문제의 정곡, 증세를 포함하여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이제는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표 잃을까 염려되어, 지탄이 두려워 마냥 덮어둘 단계는 벌써 지났습니다. 눈앞의 이해에만 매몰되어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애써 외면할 것이 아니라, 너무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건전한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불가피한 방안에 사회의 담론이 모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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