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번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예비후보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이미지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오래 노출된 정치인의 경우, 이미지를 바꾸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정몽준 의원의 경우, 얼마 전까지 연관 검색어가 버스비, 70원 등등이었던 걸 보면 정치인의 이미지, 그것도 인지도 높은 정치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즉, 정몽준 의원이 조기 축구회에서 축구를 하거나 아니면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또 무료 급식시설에서 배식봉사까지 하지만, 귀족 혹은 재벌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등장한다. 인지도와 이미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온 동네의 경조사를 다 찾아가는 것은 물론 동네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게 다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이다. 이렇듯 인지도를 높이려는 이유는, 상향식 공천 시에 반드시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선거 초반의 기세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17일 서울 거주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0% 포인트, 응답률 17.5%)를 보면, 정몽준 의원은 인지도가 96.2%로 박원순 시장과 유사한 수준이고, 호감도에서는 33.6% 그리고 정 의원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30.7%,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31.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인지도는 70.6%로 정 의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호감도에서도 김 전 총리는 20.0%를 기록했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 응답률은 15.7%, 판단을 유보한 응답률은 34.9%를 기록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인지도와 지지율은 비례 관계에 있고, 뿐만 아니라 호감도도 인지도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나쁜 이미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단 인지도가 높은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선거 초반기에는 훨씬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다는 사실은 선거 초반에는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이는 그만큼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없음을 뜻하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가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점을 김황식 전 총리는 백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햄버거로 식사를 하며 회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을 실무형 행정가로 각인시키려는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즉, 정몽준 의원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이미지 전략을 쓰고 있고, 인지도가 낮아 그동안 부정적 이미지도 별로 없는 김황식 전 총리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이미지 전략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최종 후보가 되는 사람이면, 인지도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지금이야 당내 경선이 시작도 되지 않은 시기여서 인지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 막상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의 인지도는 순식간에 높아진다는 말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프레임은 없고 인물 구도로 계속 가게 된다면 누가 후보가 되든지 결국에 가서는 후보의 지지율과 소속정당 지지율이 연동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지금의 인지도는 그다지 신경 쓸 요소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인지도는 선거 초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인지도보다는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정몽준 의원의 숙제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이미지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