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생각해봐도 ‘비겁한 변명’이다. 씁쓸했다.
엊그제 팩스로 날아온 소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입장’ 이야기다.
지난 24일 전국 8개 지역 언론들은 ‘한국언론재단, 지역언론 차별 심각’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기사를 실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4년 반 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재경언론에 40억6천900만원을 지원한 반면 지역 언론에는 고작 7천400만원만 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엄연한 편파지원’이라는 요지다. 비율로 보면 재경 언론 98.2%, 지역 언론 1.8%다. 그리고 ‘이 같은 비정상적인 지원행태는 언론진흥재단 경영진과 심사위원들이 몸담고 있는 재경 언론 단체와 협회 등에 지원이 무더기다. 편파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1차 단체지원 사업도 재경 단체들이 평균 3~4건씩 수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게다가 모 심사위원이 몸 담고 있는 단체 6곳이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반면 매년 40% 이상 광고를 언론진흥재단에 바치는(?) 지역 소재 언론단체는 겨우 1곳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재단의 ‘입장’은 이렇게 말한다.
‘4년 반 동안 지원받은 672개 사업 가운데 361개(54%), 41억1천400만원(34%)을 지원했다. 그 가운데 지역 언론은 겨우(?) 28개를 지원했는데 15개(54%), 7천400만원(32%)을 지원했으니 지원 ‘비율’ 차이는 거의 없다.’
거기에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지원 금액(40억6천900만원 대(對) 7천400만원) 비율이 낮다는 지역 신문들의 주장은 애초 신청 자체가 매우 저조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간과한 일방적인 주장’ 이라고.
무지하거나 게으른 너희들 때문에 돈이 적게 지급된 것을 왜 우리에게 책임을 묻느냐, 뭐 이런 말씀이겠다.
그럼 이사장님의 이 말씀은 뭔가.
‘재단의 책무는 저널리즘과 미디어 산업의 위기에 적극 대처하고 새로운 미디어와 매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견인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라는.
미디어 산업의 위기가 서울과 지역, 어느 쪽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시나?
재단의 존재 이유를 모르나보다. 구차하다.
/최정용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