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 ‘연계’. 알 낳기 전 생후 6개월까지의 닭을 이르는 말 중 어느 것이 맞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는 말이다. 요즘은 영계란 표현을 주로 쓰지만 이 같은 말이 연계(軟鷄)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연계는 한자 뜻 그대로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어리고 무른 닭’이라는 뜻이다. 약으로 쓰인다고 하여 ‘약계(藥鷄), 약(藥)병아리’라고도 한다.
19세기 조선 말기의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이 같은 연계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을 연계백숙(軟鷄白熟) 혹은 연계탕(軟鷄湯)이라 했고 여기에 인삼을 더한 것을 계삼탕(鷄蔘湯)이라 했다. 또 푹 삶은 연계의 뼈를 바르고 살을 뜯어서 육개장처럼 맵게 끓인 것을 연계국이라 했다.
연계가 왜 영계가 됐는지 정확치는 않지만 사전적 의미로 미루어 자음동화 현상에서 비롯된 자연적인 변화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영’의 의미도 젊다는 영어의 ‘Young’과도 전혀 무관하다. 이를 미루어 유흥업계에서 속어적 의미로 통용되는 ‘영계’도 어린 닭이 주는 느낌을 여성에 비유한 말임을 알 수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서민들의 으뜸 보양식으로 인정받았던 계삼탕이라는 이름이 요즘의 삼계탕(蔘鷄湯)으로 변한 것에 대해서도 정설은 없다. 다만 양계장을 통해 대량으로 닭을 공급하고 인삼 재배가 자율화된 1960년대 이후 인삼을 강조해 장사를 하기 위해 삼계탕이란 말이 생겨났을 것이라는 유추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주재료인 닭고기(鷄)가 맨 앞에 오고 인삼(蔘), 탕(湯)이 그 뒤를 이은 서열상 배열이 귀했던 인삼을 앞세운 표현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삼계탕’이란 단어는 고문헌에 없다. 삼계탕이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이러한 삼계탕의 미국 수출길이 열렸다. 미국 농업부(USDA)가 지난 26일 우리나라를 삼계탕 등 가금육가공품 수입허용 국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국내에서 만든 포장 삼계탕이 미국 땅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미 수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엔 희망을, 교포들에겐 건강을, 미국인들에겐 한국의 맛을 전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