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박쥐.

밤쥐에서 온 말로 문학과 오페레타 등에서 이중성의 상징으로 쓰인다.

가장 유명한 박쥐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우화작가 이솝(아이소포스: Aisopos)의 ‘박쥐, 날짐승 및 길짐승(The Bat, the Birds and the Beasts)’이다. 내용은 이렇다.

날짐승들과 길짐승들 사이에 전운(戰雲)이 감돈다. 양쪽 군대의 전투가 임박하자 우리(?)의 박쥐, 머리를 굴린다. ‘피를 안 묻히고 이기는 편에 낄 방법은 없을까.’ 드디어 묘안을 찾아낸 박쥐, 스스로 무릎을 친다. ‘그래, 이거야.’

그러던 어느 날, 날짐승들이 박쥐를 찾아왔다.

“너는 날개가 있으니 날짐승이야. 그러니 우리 군대에 들어오렴.” 박쥐, 눈알을 굴리며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야. 나는 날아다니기보다 걸어다니는 시간이 더 많으니 길짐승이야.” 박쥐의 거절에 잔뜩 실망한 날짐승들은 혀를 차며 돌아갔다.

이번에는 길짐승들이 찾아왔다.(박쥐 인기 ‘짱’이다.)

“우리 군대에 들어오는 것이 어떠신가?” 박 선생 목에 잔뜩 힘주시고 일갈한다. “이 넓은 날개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난 날짐승이야.”(잔머리의 귀재다.) 스스로 흐뭇해 하신다.

하나 세상사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법. 갑작스레 날짐승과 길짐승 사이에 화해분위기가 조성돼 전쟁 대신 평화가 찾아왔다.

원조(?) 평화주의자 박쥐, 기쁜 마음에 두 진영을 찾아간다. 그러나 자신이 그들을 대했던 논리 그대로 비참하게 버림받는 신세가 된다. 박쥐, 피를 토하며 이렇게 절규한다. “결정적 순간, 이쪽도 저쪽도 아니면 X되는구나.”

기초공천을 놓고 ‘그들만의 리그’가 소란하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허언((虛言)을 하고 있는 철면진영(鐵面陣營)이 오히려 당당한 기세다. 신정진영(新政陣營)은 정면돌파를 강조하는 지도부와 달리 변방의 전사들은 걱정이 큰 모양새다.

‘개나 소나 파란색을 입고 출마하면 정체성이 모호해져 국민들이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논리다. ‘너나 잘하세요’다.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히 박쥐 소굴인가보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인간사 도처(到處), 박쥐떼인 것을.

/최정용 경제부장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