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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발굴과 찾기

 

교차로 한 모퉁이에 붙어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특별조사 실시” 어느 주민자치센터에서 붙였다. ‘무한 돌봄 콜센터 ○○○○-○○○○’이란 전화번호까지 들어있다. 지금 우리의 화두는 복지다.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도움이 필요하나 지원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경향이 있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단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런 불행한 사례를 접하면 심리적으로 멍한 상태로 빨려 들어간다.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은 좀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참으로 다행이다. 이 어려운 고비를 넘어가는 우리 보통사람들도 그늘진 곳에서 도움의 손길조차 내밀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가득하다.

각 지자체에서는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복지소외계층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하며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잘 하는 일이다. 행정기관들이 솔선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늘 있어 왔다.

그런데 용어선택이 다소 어색하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란 현수막 표현에서 ‘발굴’이 거슬린다. ‘발굴’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땅속에 파묻혀 있던 역사적 유물 따위를 파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땅 속에 파묻혀 있는 유물이 된다. 또한 ‘발굴’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묘지 발굴이다. 그러고 보니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묻혀있는 사물이 되는 꼴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 경제적 도움주기’이라면 적절할 것 같다. 그 사람들을 무슨 묘지 발굴하듯 할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찾아야 한다. ‘찾기’란 사람이 무엇을 발견하기 위해 살핌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살핌, ‘보살핌’이 된다. ‘발굴’과 ‘찾기’에서 어느 단어가 따듯한 인간애를 드러내는가?

오늘날 첨단 정보화 사회에서 인구계수를 왜 못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행정능력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빈곤층이나 차상위 계층을 발굴한다고 하지를 않나? 그것은 교차로 현수막을 걸어놓고 유관행정관서에서 무엇인가 고민하는 흔적을 일부러 주민들에게 은연중 알리고 있다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대부분 세입자로 살고 있을 것이다. 동네 통·반장의 도움을 받아 사실 확인하고 복지담당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면 확인이 될 것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선거철이 또다시 돌아왔나 보다. 현수막에 공고하여 발굴할 테니 주민들이 신고를 해달라고 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과연 목민관청이나 목민관의 자세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불과 얼마 전까지는 단전단수를 겪은 바 있던 형편이 어려운 세입자들이었는데,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발굴한다고 찾아 나선다고 현수막 광고까지 하니 말이다.

아니면 정말로 우리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곳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관(官)이 민(民)에 대한 상대적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관료주의적 발상인가? 그 옛날 다산이 갈파했던 목민관의 자세가 지금에는 더욱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따뜻한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 보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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