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민통선 지역의 마을 역사와 주민들의 삶 등에 대한 유·무형 자원을 조사하기로 했다. DMZ 일원의 인문 역사 자원을 기록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경기도내 민통선 지역에는 통일촌 마을,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이상 파주시)과 횡산리 마을(연천군) 등 4개 마을이 있다. 도는 우선 올해 대성동 마을을 대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나머지 마을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마을 형성 배경에서부터 주민 일상의례, 의식주생활, 세시풍속과 놀이 등이 포함된다. 물론 문헌에 나타난 역사는 기본이다.
이번 조사는 특히 주민들의 개인별 생애사 조사를 중심축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왜냐하면 역사라는 것은 어차피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개천 같은 그 이야기들이 모여 큰 강물과 바다 같은 역사를 엮어간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나 집권층 사대부들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의 기층을 형성하며 살았던 민초들의 이야기는 역사의 기반이 된다. 그래서 개인별 생애사가 중요하다. 특히 민통선 안이라는 특수상황에 놓인 마을 주민들의 기록은 세월이 지난 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민통선 지역의 마을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통제지역이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의 중심에 있는 특수한 지역인 이들 마을의 탄생배경,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은 그대로가 분단의 아픈 역사이자 문학·예술의 소재이다. 도는 지난해 민통선 내에 위치한 통일촌 마을의 역사, 생활상을 조사·기록한 ‘통일촌 사람들, 그 삶의 이야기’를 발간하기도 했다. 발굴된 문화자원은 현재 마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번에 조사된 내용도 민속지로 제작된다. 또 발굴 자료들은 마을 브랜드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민통선은 생긴 후부터 ‘분단의 벽’, ‘냉전의 상징’, ‘한반도의 화약고’ 등 절망의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그 현장에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왔다. 이들 마을은 평화와 통일 염원의 상징이다. 이곳의 유·무형 자원을 조사·기록·보존하는 일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 아울러 활용가치도 크다. 이 기회에 도와 각 지자체들이 지역 내 각 자연부락의 마을지 편찬사업을 함께 펼치면 좋겠다. 왜냐하면 경기도는 개발로 인해 옛 풍습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