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활동이 활발한 도시의 경우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NGO가 서로 연대를 통해 한목소리를 낸다. 오죽했으면 NGO를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은 권력의 5부라고 했을까. 그러나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시골은 사정이 다르다. NGO가 적은데다 활동 환경마저 극히 열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독립운동 하는 심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여주시 북내면사무소에서 열린 천연가스발전소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항진(50)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SK E&S(주) 측을 상대로 주민피해 방지대책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이때 한 주민이 발언권을 얻었다. “(중략)이 위원장은 여주시에 살지도 않는 분이….” 순간 주변이 술렁였다. 이 위원장은 “저희 집에 한번 모시겠다”고 농을 던져 웅성거림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주민의 발언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위원장은 29살 때부터 현재까지 여주시 강천면 이호리에서 살고 있어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위원장에 대한 지역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사사건건 시정에 반대만 하는 문제아’에서부터 ‘사심 없이 주민복리증진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는 소신파’란 평가를 받고 있다. 주변에선 그가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후원해주던 회원들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하나, 둘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지인에게 ‘이항진을 동네에서 쫓아내지 왜 아직도 내버려 두냐’는 말을 듣고는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누군가 자신의 집 주차장으로 나사, 볼트까지 뿌리고 달아나 가족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그의 활동에 논리적 반박은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몰아붙이거나 죄악시 하는 것은 그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건강하고 생동감 있는 사회를 위해서는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치열하게 서로 토론해야 한다. 그가 사익을 위해서도, 특정집단, 특정인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주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발전소 같은 현안에 대해 이 위원장 같은 열혈 환경운동가가 목소리를 낼 때 오히려 주민복지가 더 실현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