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남아공 만델라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옆자리에 앉은 캐머런 영국 총리, 슈미트 덴마크 총리와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그리고 곧바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들의 신중치 못한 행동을 질타하는 국내외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곤혹을 치렀다.
3명의 세계 지도자들조차 순간적으로 행사의 장엄함을 잊게 하는 ‘셀카’의 마력. 최근 이 마력에 세계인들이 빠져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찍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생활의 일부로 여기기도 한다.
‘셀카’는 소지한 카메라의 렌즈를 자신을 향해 피사체로 촬영하는 방법이다, 셀프카메라(self camera)의 준말인 ‘셀카’는 한국어식 영어다. 영어 표현으로는 셀피(selfie)다. 셀피가 이처럼 세계인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자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셀카’ 잘 찍는 법이 유행이다. 물론 프로페셔널한 지침도 아닌 일반적인 사항이지만 젊은이들 사이엔 숙지가 필수란다. 방법도 ‘거울 앞에서 찍지 말라’ ‘아래가 아니라 위쪽에서 찍어라’는 고전적인 것부터 개성을 원한다면 블루 스틸(Blue Steel·입을 내민 모습), 참새얼굴(눈을 크게 뜨고 입을 약간 벌린 표정)을 해라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셀카’를 많이 찍어 올리는 것도 병이 되는 모양이다. 최근 미국의 정신의학회가 ‘셀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데 집착하는 현상을 셀피티스(selfitis)라고 정의하면서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학회는 단계도 소개했다. 하루 최소 세 번 이상 ‘셀카’를 찍지만 SNS에는 올리지 않는 것을 경계 셀피티스, 하루 최소 세 번 ‘셀카’를 찍어 SNS에 게재하는 것은 급성 셀피티스로 규정했다. 더 나아가 하루에 6회 이상 계속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등 ‘셀카’를 제어할 수 없는 정도는 만성 셀피티스라고 했다. ‘셀카’의 필수인 치즈웃음(cheesy grins) 속에 숨겨진 중독을 보는 것 같아 개운치 않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