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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섭의 법이야기]‘황제노역 판결’-‘향판’유감

 

최근 광주고등법원에서 벌금 249억원에 대하여 1일당 5억원으로 환산한 기간 동안 강제노역을 하도록 명한 판결(소위 ‘황제노역 판결)’과 위 판결을 선고한 광주 및 전라남도지역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판사(소위 ‘향판’)에 대하여 국민의 비난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는 여론의 비난이 일자 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회장을 노역장에 유치된 지 6일 만에 형집행정지 후 귀가시켰고, 위 판결을 하였던 판사는 광주지방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2달도 안 되어 판사직을 사임하게 됐습니다.

형법 제69조 및 제70조는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최고 재벌의 모 회장의 경우 1천1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1일을 1억1천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 유치를 선고받은 일이 있는데 이는 노역장 유치기간이 3년(1천95일)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문제가 된 ‘황제노역 판결’의 경우 249억원의 벌금에 대하여 고작 49일의 노역장 유치를 선고함으로써 1일당 5억원의 벌금을 납부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된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은 1억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할 때에는 노역 일당을 원칙적으로 1천분의 1로 정하고 유치기간은 단계별로 하한선(예를 들어 벌금 100억 원 이상은 900일)을 정하는 안을 내놓았고, 각 지방법원은 위 기준에 따른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이러한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 법관 임관 후 퇴임할 때까지 일정한 지역 범위 내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소위 ‘항판제’(정식명칭은 ‘지역법관제’)의 폐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역법관제는 일반적으로 판사의 근무지가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구조로 되어 있어 근무환경이 불안정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본인 희망에 따라 특정 지역 범위 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정하는 제도입니다.

지역법관제는 판사의 근무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방의 정치가나 기업인 등과의 유착으로 판결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고, 근무지 배정이나 인사평정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아 재판업무에 있어서 효율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향후 지역법관을 추가로 뽑지 않고, 기존의 지역법관도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은 수백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 노역장 유치 기간을 3년 이내로 하여야 한다는 제한만 있을 뿐 1일당 노임을 얼마로 할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법률상의 문제점과 사법부 내부 또는 외부로부터의 견제가 어려운 지역법관제의 사법적 구조 및 현실의 문제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원과 법관이 법과 양심 앞에서 자유롭되, 정의로운 판결을 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헌법기관의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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