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북동부 히로나(Girona)시에 가면 ‘텃밭버스’가 있다. 텃밭버스란 말 그대로 버스 지붕 위에 텃밭을 꾸며놓은 버스다. 스페인의 조경사 마크 그라넨(Marc Granen)이 디자인한 이 버스의 정식 명칭은 ‘피토키네틱(PhytoKinetic)’이다. 버스의 지붕에 텃밭을 가꿔 채소를 재배하는 그야말로 기막힌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세계 최초며 유일의 버스다.
철도와 함께 대중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는 버스는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그 역할의 다양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권이 이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청소년 등 특정 계층은 시내버스 요금을 면제해 주겠다며 ‘무상버스’라는 이색 공약을 내놨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2층 버스 도입을 또 다른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 전 교육감이 ‘이색 버스’ 공약을 하자 새누리당 남경필 예비후보도 곧바로 ‘굿모닝버스’라는 공약을 내놨다. 환승 터미널에서 2분 간격으로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를 도입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2분 버스’ 공약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밖에 이색버스로 소문난 ‘청년버스’는 이미 운행 중이며 가족이나 동료처럼 가깝지만, 평소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속마음버스’라는 것도 있다. 또 전북지역 시의원 출마자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성(性)스러운버스’를 시범운영해 대중적인 성교육을 벌이겠다는 이색공약도 나왔다. 대중교통이 아닌 버스의 무한 변신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색버스 하면 ‘타요’ 버스다. 타요버스는 서울시가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 주인공인 ‘타요’ ‘로기’ ‘라니’ ‘가니’의 캐릭터로 디자인한 시내버스를 말한다. 운영과 동시에 폭발적 인기를 누려 승강장마다 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 4대로 4월 한달간 운영예정이었던 타요버스를 어린이날까지 100대로 늘려 운영하기로 했을 정도다. 경기도에선 성남시가 최초로 이 같은 ‘타요버스’ 4대를 오는 16일부터 어린이날까지 20일 동안 운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버스 전성시대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