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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송현동 49번지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가 논란이다. 규제개혁의 밥상 위에 올라와 있다. 이 땅을 소유한 어느 민간 기업이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고 하는데 학교보건법의 규제에 걸려 호텔을 못 짓고 있다면서 규제를 풀어달라는 민원이 수년째 제기되어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은 학교보건법과 행정조례 등을 근거로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 바로 앞 땅에 상업적인 호텔을 허가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송현동 49-1번지는 어떤 땅인가? 광화문에서 동쪽으로 100m 정도 동십자각 로터리에 면해있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가 있던 곳이다. 면적이 3만6천642㎡(1만1천100여평)에 달하는 넓은 땅으로서,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사간원과 소격서가 있었으며,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요지로서 소나무 숲이 울창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이름도 소나무 언덕이라는 뜻의 송현(松峴)동이다.

법령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고 해당 자치단체와 교육청은 물론 많은 문화인과 시민들이 반대하는 곳에 상업시설을 지으려고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고, 수년째 사업 추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8년에 2천900억원을 들여 그 땅을 매입한 민간 기업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그 땅과 관련된 규제를 풀 수만 있다면, 광화문과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에 멋진 호텔을 지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5년여가 경과한 현재 그 판단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우리는 현재 역사와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많은 도시일수록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으며, 오랫동안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리, 로마, 런던, 카이로, 도쿄, 베이징 등이 그렇다. 서울에도 많은 문화유적이 있지만, 다른 경쟁 도시에 비하면 충분하지 않다. 지난 20세기에 많은 문화유적들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사라져 버렸다. 도심에 공원을 비롯한 녹색 공간도 부족하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송현동 49번지 일대가 논란이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서울시나 정부에서 매입하여 조선시대의 ‘소나무 언덕’으로 복원, 서울시민들에게 돌려주라는 요청이 커지고 있다. 민간 기업이 한옥호텔로 개발하려는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생각하고, 후손을 생각하고, 서울의 품격을 생각한다면, 문화도시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그리고 공공성이 있는 시설을 만들어서 서울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출판인들이 모여서 북촌 문화의 거리, 인사동과 연계하여 ‘책의 전당’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상업적 호텔 대신 국가의 품격과 위상을 보여주는 문화적 상징물을 세우자는 것이며, 인쇄와 문화에서 앞서 갔던 우리의 역사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나도 한 가지 제안을 덧붙이고 싶다. 정부나 서울시가 이 땅을 매입하려면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 있으므로, 또 다른 민간 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과 직접 관련된 기업들이 뜻을 모아 이 땅을 사들인 후 ‘아산 100주년 기념공원’을 세우는 것이다. 아산은 1915년 11월생이다. 내년이면 탄생 100주년이 된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로서 그의 성공 스토리는 세계 주요 대학에서 혁신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송현동 49번지는 아산의 자택이 있던 청운동과 현대그룹 본사가 있던 계동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아산이 매일 아침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던 길목의 땅이다. 이곳에 그를 기념하는 멋진 공원을 조성하여 국민들에게 되돌려 준다면, 규제와 특혜의 오랜 논란도 해소할 수 있으며, 서울 도심에 또 하나의 멋진 방문지를 추가할 수 있다. 이처럼 송현동 49번지를 둘러싼 더 다양하고 더 좋은 제안들이 모아지길 바라며, 그 제안에 기초하여 더 멋진 그림이 현실화되는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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