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4일자 8면에는 안타까운 기사와 사진이 실렸다. 사진 속 굳은 표정의 학생들이 든 피켓에는 ‘보고 싶다 15학번’ ‘짓밟힌 순수음악’ ‘소통과 합의 없는 폐과조치 철회하라’라는 구호들이 적혀 있다. 포천 대진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학생들이다. 대진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교수와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부 폐지를 결정하자 강력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음악학부는 지난 3일 정기 이사회에서 평가지표가 가장 좋지 않다며 폐지가 결정됐다. 따라서 뉴미디어작곡·성악·기악(피아노·관현악) 등 음악학부는 모두 폐지될 듯하다.
이에 교수들은 학과 규모 축소나 실용음악학과로의 개편 등 자생방안과 이의신청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다. 학생과 교수들이 어이없어 하는 것은 아무런 사전 공지와 대책 없이 학부 폐지가 통보됐다는 것이다. 특히 총장이 중국으로 출국해 자리를 비운 사이 모든 게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소통과 합의 없는 폐과조치’다. 어느 교수의 ‘학부 전체 폐지를 단번에 결정한 것도 납득이 안 되지만 전공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최소 6개월의 시간을 두고 지속적인 면담을 거쳤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이번 대진대의 음악학부 폐지는 생존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물론 학과 폐지나 통폐합은 대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대학에서 강도 높은 통합, 폐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구조조정 되는 학과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예체능계열과 인문계열 학과들이 최우선이다. 우리는 대학의 입장도 이해한다. 대학은 학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대학평가 기준 때문이다. 교육부는 부실대학을 가려내는 기준으로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재학생 충원률, 장학금 지급 비율 등을 평가한다.
이 평가로 인해 부실대학 여부가 결정 난다. 대학은 생존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취업률이 낮은 학과 구조조정이 유행처럼 각 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는 취업 전문 학원이 아니다. 인류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거나 예술적 기량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종합 교육기관이다. 당연히 부실대학은 정리돼야 한다. 대학 간 선의의 경쟁 분위기도 필요하다. 따라서 교육부는 대학의 기본을 살리는 합당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서 부작용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