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We are sinking fast). 1912년 4월15일 당시 최대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최후를 맞으며 타전한 마지막 전문이다. 1천513명의 희생자를 낸 타이타닉호는 6cm 두께의 강판과 300만개의 리벳으로 조립된 튼튼한 몸체와 16개의 수밀격실(水密隔室)로 이루어진 선체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 중 4개에 물이 차도 부력엔 전혀 이상이 없어 ‘불침선’(不沈船)이라고도 불렸다. 해서 총톤수 4만6천t, 길이 269m, 너비 28.2m, 20층 건물에 해당되는 높이를 가진 초대형 배가 빙산에 부딪쳐 침몰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그리고 첫 출항이 마지막 항해가 됐다. 엊그제가 꼭 101년 되는 날이다.
아직도 타이타닉 참사의 원인을 둘러싼 설은 분분하다. 쌍안경 없이 육안에 의존해 빙산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 근처 캘리포니아호에 빙산이 있다는 경고를 했는데도 무시했다, ‘신도 침몰시킬 수 없다’고 여겨 구명보트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다, 설마 가라앉겠느냐며 보트에 타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배의 철판에 황 성분이 많아 구부러지지 않고 갈라졌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믿기 어려운 음모론도 끊이질 않는다. 그중 하나가 고의 사고론이다. 파산 위기에 몰린 선주가 이미 고장 난 올림픽호를 쌍둥이 선박인 타이타닉호처럼 위장해 고의로 사고를 내고 요즘 가치로 1조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타냈다는 것이다.
설이야 어떻든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부주의와 자만, 오기가 부른 인재(人災)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안전하다고 치부되던 선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함과 효율성만 강조한 나머지 수차례 경고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이타닉호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비극은 예고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제(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승객 425명과 승무원을 포함 총 459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6천3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해상에서 침몰, 많은 희생자를 냈다. 부디 인재가 아니길 바라며 아깝게 스러져가는 생명이 늘지 않기를 기원한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