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세월호처럼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 모두가 걱정스러워 한다. 안전행정부 국장급 고위 공무원이 사고 현황판 앞에서 기념사진이나 찍는다. 교육부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진도체육관에서 의자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는다. 조문을 위해 빈소를 방문한 장관을 공손하게 맞이하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귀엣말을 전한다. 승객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은 470여명의 목숨을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살려고 탈출하기 바쁘다.
대형 참사가 임박해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무전통화만 하다가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시스템이 없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승객들의 숫자가 6번이나 바뀐다. 정치권도 아무런 대책 없이 숨만 죽이고 있다. 모든 면에서 기본이 안 돼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가슴을 친다. 실종자 가족들과 숨진 유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다가 실신한다.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는지 한숨만 나온다. 정치권은 뒤늦게 재난청 신설을 검토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언제는 재난청이 없어 이 같은 사고가 터졌던가. 일부 무능한 공무원들의 자리만 늘릴 일인지 모른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재난청이 아니라 책임의식과 지도력이다. 누구 하나 책임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이가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도 되는 일이 없다. 물론 해난사고의 경우 사고의 특성상 구조에 시간이 걸리고, 대응방법이 어렵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이렇게까지 대형참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언론도 반성할 일이 많다. 속보 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보도로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울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 마구 기사를 쏟아냈다. 침몰 당시 전원이 구조됐다고 한 일부 언론의 오보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는 현재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곰곰이 반성해야 한다. 국가운영체계의 틀을 확 바꾸어야 한다. 정부도, 정치권도, 사회도, 그리고 국민 모두도 통렬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히려 이 참사를 계기로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를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