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은 침향(沈香), 유향(乳香), 정자(丁字)와 같은 식물질 또는 사향(麝香), 용연향(龍涎香) 같은 동물질을 태워 발하는 훈향을 말한다. 향(香)의 연기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고 해서 예부터 제사(祭祀)에 불가결한 것이었다. 사용 또한 인류의 문화와 함께 할 정도로 오래 됐다. 특히 종교적으로는 우수한 상징화의 기능으로 인해 폭넓고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향의 사용은 가끔 위생ㆍ의료 등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됐다. 고대 이집트나 페르시아에서 미라 제작의 공정이나 사체처리 과정에 다량의 향이 소비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자(死者)에 대한 숭경(崇敬)과 위로(慰勞)의 기원도 포함하고 있다.
종교적으로 분향은 속죄를 의미하기도 한다. 종교학사전에는 부정의 불식에 대한 기원과 타오르는 향연에 위탁된 하늘의 신에 대한 경건이 하나로 결합된 의식이라고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향을 피우는 것은 공경(恭敬)과 기도(祈禱)를 표현하고, 분향은 교회의 예물과 기도가 향이 타오르는 것과 같이 하느님 앞에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가톨릭 예식의 미사에서 입당 행렬을 하거나 복음을 선포할 때 또는 예물 준비를 하는 등등의 중요 의식 때 향로에 향을 넣어 사제나 부제가 복음집에 흔들어 분향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불교에서 행하는 각종 제의형식(祭儀形式), 즉 공양(供養)에서도 분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양은 불·법·승(佛法僧)의 삼보(三寶)나 사자(死者)의 영혼에게 공물(供物)을 바치는 일을 말한다. 특히 이중 추선공양(追善供養)이라고 해서 죽은 사람의 명복(冥福)을 비는 독경과 예불에는 없어서는 안 된다.
그 향이 단원고 희생학생의 넋을 감싸는 안산 분향소(焚香所)엔 16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참사 13일째인 어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조의를 표하도록 전국적으로 분향소도 설치됐다. 그동안 마음으로만 슬퍼했던 부담을 덜고 직접 분향소를 찾아 젊은 희생에 대해 ‘속죄’하고 ‘명복’을 빌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또 얼마나 많은 조문객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까? 다시 가슴이 며진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