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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세월호 참사를 애통해하며

 

세월호의 아픈 흔적을 가슴에 새긴 지 벌써 2주가 넘었다. 온 세상이 슬픔에 잠겼고 웃어도 죄인이 되는 분위기이다.

세월호 침몰은 온 국민에게 무기력과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많은 전문가들은 희생된 아까운 생명들보다 남은 이들의 후유증을 더 걱정하고 있다. 이들의 회복을 위해 필자가 속한 ㈔한국성품협회에는 프로그램 협력을 요청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유가족의 후유증을 보듬기 위해 안산시를 위한 성품치유 프로그램과 성품상담 문의가 잇따르고, 공무원 대상 공적 가치교육을 위해 성품교육을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무원과 기관의 성품을 쇄신하기 위해 성품교육이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현재 온 국민이 슬픔, 좌절감, 허무함, 권위에 대한 비난과 정죄감을 갖고 있는 상태이므로, 이러한 해결책들은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비춰지기 쉽다. 그러나 슬픔을 절망의 상태로 방치하면 자칫 우울감으로 전이되거나 사회전반적인 공허감으로 표출될 수 있다. 우울감은 감정과 신체적 기능까지 바꾸는 병리적 현상으로 일상을 우울한 기분 속에서 지내게 만든다. 결국 사회 전체가 극단적인 우울감에만 젖어있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건의 수습과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슬픔이 우울로 전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개개인의 성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슬픔의 치유능력이 필요하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슬픔의 힘은 희한하게도 슬픔을 치유하는 자체 효력을 가지고 있다’며 ‘슬픔과 애도의 힘이 사람들을 치유하고 잃어버린 사람과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슬픔 자체에 고통을 받아들이게 하는 치유 능력이 있다는 뜻인데, 이 치유 능력으로 현재의 아픔을 승화시켜 장차 기쁨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종환의 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에 들국화나 구절초 같은 꽃이 고갯길 언덕 아래에 있을 때 더욱 청초한 것처럼, 사람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한다.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그런 자세야말로 진정한 책임감이 아닐까. 책임감이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끝까지 맡아서 잘 수행하는 태도이다. 우리는 책임감의 성품으로 국민 각자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각한 후에,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성품의 부재와 잘못된 법률, 관습 등을 고쳐나가야 한다.

정치가들은 좋은 성품으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고, 부모와 교육자들은 지식교육만 강조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도 객실이 안전하다는 무책임한 어른의 말에 목숨을 걸만큼 위기의 상황 속에서 대처할 지혜의 성품을 가르치지 못한 점을 한탄해야 한다. 직장인들은 직업 속에 반드시 있어야 할 원칙을 지켜서 위기의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분별력의 성품을 가져야 한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우리의 모든 교육·정치 문화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분별력의 성품과 관계를 세워나가는 공감의 성품을 키워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임형주 씨의 노래 가사 중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라는 부분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제 국민 전체가 우울함에 빠져 있기보다 남겨진 우리의 책임감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고통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얻어야 할 교훈을 깨닫고 다시 번복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야말로 허무하게 보낸 생명에 대한 진정한 사과이며, 지금의 고통을 흉터로 남기지 않는 성숙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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