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왕이 맹자를 만난 자리에서 묻는다. “노인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앞으로 이 나라에 어떤 이로운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맹자가 이렇게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 이익만을 물으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 이어 말한다. “왕이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를 이야기 하면, 벼슬아치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를 말하고, 선비나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편하게 할까’를 고민해 위아래 사람들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니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孟子見梁惠王. 王曰, ?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五國乎? 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 ‘曰何以利吾國?’ 大夫 ‘曰何以利吾家?’ 士庶人 ‘曰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 而國危矣.”
왕이 된 자가 이익을 좇지 말고 인의(仁義)에 바탕을 둔 도덕정치를 해야만 나라가 굳건해진다는 말이다. 맹자가 혜왕(惠王)을 만났을 때가 전국의 제후들이 서로 부국강병을 내세우던 난세(亂世)였으니, 혜왕의 관심 역시 자국의 이(利)에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다. 하지만 맹자는 그 이익을 좇는 왕의 생각이 결국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망국(亡國)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고, 적중한다. 후에 혜왕이 서쪽에서 일어난 진(秦)나라에 밀려 수도를 대량(大梁)으로 옮기는 수모를 당한 것을 보면. 지도자의 철학과 세계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는 지금부터 2300여년 전 이야기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특히 지도층이라 불리던 사람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왕이 이익만을 말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맹자의 경고가 가슴을 찌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해경과 언딘, 한국선주협회와 그들로부터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권과 언론계…. 시간이 지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거지는 이들간의 끈적끈적한 관계의 ‘퍼즐 맞추기’, 그 정점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부처님 오신 날, 절집에서 만난 한 불자의 가슴 떨린 절규가 잊혀지지 않는다.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의 자비(慈悲)로도 이 분노가 다스려지지 않으니 어쩌면 좋겠냐?”던.
/최정용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