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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관료 개조론

 

그동안 정권의 변화는 관료 개혁을 수반했다. 정치적 연속성에 있던 3공화국에서 4공화국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서정쇄신을 통해 관료의 통제와 장악부터 시작했다. 6공화국부터는 위원회를 설치하여 개혁을 시도하는 특징을 보인다.

6공화국의 행정개혁위원회, 김영삼 정부의 행정쇄신위원회, 김대중 정부의 정부혁신추진위원회, 노무현 정부의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가 그러한 연장에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로 정부 개혁을 추진하는 상설 기구는 설치하지 않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은 시도했지만, 행정과 관료에 대한 개혁은 유보했던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관료제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 열망에 비해 결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문제는 부각되고 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1990년대 이후의 관료제에 대한 개혁 열풍에서 우리는 외국에서 채택한 거의 모든 개혁의 조치들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우리 공직사회에 성과, 평가, 개방, 경쟁의 개념은 도입되어 있다.

무늬만 바꾸었던 개혁

그러나 그것이 실질적으로 작동되고 행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변은 별개이다. 제도를 도입하고는 있으나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한 모니터링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감사를 개방형으로 임명하자고 했으나 결국은 공무원으로 채워지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관료는 권력을 내주지 않는다. 결국 관료의 관성에 의해 행태는 과거로 복귀한다. 그리고 본질을 바꾸지 못하고 주변만 바꾸는 것으로는 성과를 실현할 수 없다. 나무의 뿌리와 줄기는 그냥 둔 채 곁가지와 잎만 예쁘게 손질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직위분류제로 바꾸는 계기돼야

우리의 공직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계급제이다. 보직, 승진, 보수 모든 것이 계급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위를 쳐다보면서 승진하려는 것에 모든 것이 맞추어져 있다. 맡게 되는 일도 그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승진의 순서에 따라 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을 맡게 되더라도 1∼2년의 보직 기간에 최소한의 면피용 업무 수행에 한정될 수 없다. 문제를 인식하고 새롭게 업무를 설계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인사가 전문성에 근거하기보다는 근무한 경력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을 잘했다는 평가보다는 별 다른 일만 없도록 전개된다.

맡겨만 주면 무엇이든 열심히는 하지만 전문적인 영역이 없는 ‘무능한 전문가’가 양산되는 이유이다. 보고용의 그럴듯한 공문은 잘 만들지만 그 공문에는 철학이나 비전이 담겨지지 않는다. 현장의 고통과 아픔이 담겨지지 않은 공문으로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다.

지금 국가재난처의 신설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의 성난 민심에 무엇인가 정부가 답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면피용 개혁이 아니라 이번에 뿌리를 건드리는 개혁이 시도되기를 기대한다. 조직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능과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

관료제 개혁의 출발점 되기를

그런 의미에서 국가재난처의 설계는 ‘전문성을 가진 현장 중심의 업무’가 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 이번 국가재난처는 계급제가 아니라 직위분류제를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해야 할 업무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그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임용하는 것이다. 능력과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면 과장이 되고 국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직무를 정확하게 정해두고 그 요건에 적합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다. 의식과 의욕이 있는 민간 전문가를 과감하게 임명하여 개혁이 스스로 자기 발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내재화를 시도할 만하다. 신설될 재난 관리 총괄기구가 한국 관료제 개혁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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