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창룡문]과거와 행시

과거(科擧)는 조선조까지 거의 유일한 인재 선발의 통로였다. 또한 응시자격에 제한을 두긴 했으나 평민들에게도 기회를 줬고 비교적 공평하게 인재를 발굴해 인기도 높았다. 때문에 과거가 있는 해에는 전국 유생들이 시험장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정조 24년 치러진 과거에는 초시 응시자가 무려 11만여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응시자 중 급제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조 24년만 하더라도 합격해 벼슬을 얻은 사람은 33명뿐이다.

과거의 열기는 현대의 공무원 채용시험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왔다. 특히 5급 공채는 ‘행시(行試)’라는 이름으로 인재들을 대거 시험장으로 몰리게 했다. 행시에 합격, 사무관에 임용되면 승진 보장과 함께 막강 권한이 주어져서다. 사무관급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군수를 맡았고, 그래서 행시에 갓 합격한 20대 군수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행시가 사시와 함께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진 이유다.

그리고 한 단계씩 진급해 4급 서기관, 3급 부이사관, 2급 이사관, 마침내 최고위직인 1급 관리관에 이르면 권력과 권한은 더 막강해진다. 비록 25년 이상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매력에 비추어 험난한 길만은 아니다. 정무직 차관과 장관을 바라보는 1급은 현재 100만 공무원 중 350명 남짓이다. 몇 해 전 행시란 이름을 ‘5급 공채’로, 1급과 2급의 명칭도 ‘고위공무원단 가·나급’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조직 내에선 ‘행시’, 1급, 2급으로 부른다.

이 같은 매력은 수십만 공시족(公試族)을 양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 인원은 올해 31만9천명으로 어느 해보다 가장 많다. 물론 7∼9급도 포함된 숫자이긴 하지만 직업과 출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젊은이들에게 공무원은 도전해 볼만한 상대인 것만은 분명한가 보다.

그런 행시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대통령이 공무원을 직무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 밝혀서다. 당분간 행시와 5급 사무관의 민간경력채용을 5대5 수준으로 맞춰 나가지만 결국엔 행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엘리트 공직자 공급의 젖줄 역할을 해온 ‘행시의 위기’다.

/정준성 논설실장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