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하다 보면 형제자매들끼리 상속 재산을 놓고 싸우는 사건을 많이 보게 된다. 아니, 형제자매들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사이에도 싸우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돈 앞에서는 피를 나눈 부모, 형제, 자매도 없는 것인가? 그런데 사회가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대가족 제도가 해체되고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 오늘날에서는 이런 소송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돈보다 부모에 대한 효, 형제자매의 우애를 중요시 하던 옛날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상속 분쟁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미리 유언을 해놓는 것이다. 아무런 유언도 없이 많은 재산을 남겨두고 세상을 뜰 경우, 십중팔구 상속인들 간에 꼭 소송까지 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속 재산 분배 문제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미리 유언을 해놓으면 그런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언을 하더라도 명확하게 해놓지 않으면, 오히려 그 유언의 해석을 놓고 상속인들 간에 또 다른 다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유언을 하되 다툼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해야 한다.
유언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민법에 정해놓은 것으로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1066조), 녹음에 의한 유언(1067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1068조),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1069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1070조)이 있다. 그리고 민법은 유언으로 인한 다툼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위 각 법조에 엄격한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테면, 유언할 때 제일 많이 이용하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보면 유언자가 유언서에 유언 내용을 쓴 후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도록 하고 있고, 또한 유언서에 문자를 삽입하거나 삭제 또는 변경을 할 때에는 유언자가 이를 직접 쓰고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 하나라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그 유언은 무효로 된다. 그런데 재판을 하다 보면 유언서의 엄격한 형식을 지키지 못하여, 유언자의 유언의 의사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므로 유언을 하려면 내용을 명확하게 함은 물론, 그 형식도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잘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일반인으로서는 유언을 깔끔하게 한다고는 하더라도 아무래도 일부 허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왕 유언을 할 거라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권하고 싶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법률전문가인 공증변호사가 검토를 하기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신탁법 개정으로 이제는 유언대용신탁도 가능하므로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신탁의 경우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데 자식이 낭비벽이 있거나 지능이 모자라서 과연 이 자식이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염려스러울 때 이용하면 좋을 거다. 그리고 이쯤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기부다. 외국에서는 재산을 다 자식들에게 상속시키지 않고, 상당 부분 기부하여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기부 문화가 별로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젠 국민들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런 기부에 눈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