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란 게 있다. 이를테면 공무원을 비롯한 직장인들의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국가가 정한 공휴일은 쉰다. 경우에 따라 야근과 휴일 출근 등 초과근무란 게 있지만 여기에는 대부분 보상이 따른다. 그런데 중.고등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첫 경쟁인 입시라는 관문을 돌파하기 위해 새벽이라고 해도 좋을 시간에 눈을 비비면서 학교로 간다. 그리고 밤늦게 학교에서 나와 또 학원에 간다. ‘4당 5락’이란 말도 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낙방한다는 얘기다. 측은하다.
이 시기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참 성장하는 때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입시경쟁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큰 아이들에게 ‘이타(利他)’나 ‘공동체’를 요구할 수 없다. 논리의 비약 같지만 학교나 군대에서의 왕따문화는 여기에서 연유할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시행하겠다는 ‘9시 등교’와 ‘야간자율학습 폐지’, ‘벌점제 폐지’ 등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율성’ 보장 등을 내세운 이재정교육감의 ‘교육개혁’은 2학기부터 시행될 것 같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정말 바라는 거다. 진짜로 시행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야간자율학습 폐지와 함께 바람직하게 대체할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면서 학생생활 평점제 벌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밝혔다. 공정성과 객관성 등의 오해를 부르고 갈등의 원인이 되며, 선생님 불신 등의 폐단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학교와 교사들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협의로 자율적 대안을 만들자고 말했다.(본보 21일자 일자 22면) 당연히 이 교육감의 공교육 근본적 전환 촉구와 전면 개편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총은 “맞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출퇴근 문제가 걱정거리고 학력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교육감이 한다. 시행도 하기 전에 걱정할 게 아니라 우선 시행하고 이후 만족도에 따라 보완하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도 많은 것 같다. 문제는 있다. 과도한 비용이 드는 사교육이나 생활지도, 맞벌이 가정 문제 해결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장기의 아이들이 충분히 자고, 아침밥도 부모님과 함께 먹고, 아이들답게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두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