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 있는 현대에프엔비라는 사회적기업이 최근 중국에 50만 달러 어치를 수출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2008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아이들이 즐겨 먹는 1천원대의 음료와 솜사탕을 만드는 작은 회사다. 현대에프엔비라는 기업의 성장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의 성공사례가 조만간 탄생하겠다는 기대를 감출 수 없다.
1956년 산골마을에서 5명이 모여 석유난로공장으로 시작한 몬드라곤은 현재 8만여 조합원이 출자한 110개의 협동조합으로 성장해 매출 30조원, 고용순위 3위의 대기업이 되었다.
조합원의 수, 매출과 같은 표면적인 성장보다 놀라운 것은 몬드라곤이 보여주는 협동조합의 가치다. 몬드라곤 그룹에 속해 있는 파고르 전자는 2013년 10월 파산을 맞았다. 파산의 원인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잊고 자본주의 기업처럼 경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은 협동조합의 원칙에 따라 파산 이후 80% 수준의 급여를 제공받으며, 다른 조합으로 재배치 받아 아무도 직장을 잃지 않게 되었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소홀히 하여 파산한 순간 역설적으로 협동조합의 가치가 발휘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기본 틀은 시장경제 시스템이다. 시장경제는 능력과 생산에 따라 기회와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개인과 기업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격차, 이른바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하게 벌어지는 현상은 권위있는 여러 연구기관들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과잉 생산과 자원낭비, 자유경쟁을 통한 무계획적인 생산은 공황이나 실업을 초래한다.
이러한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사회적경제다. 사회적경제란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경쟁과 이윤중심에서 공정, 연대, 나눔 등의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경제가 자본 중심이라면 사회적경제는 인간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이 바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다.
경기도에는 414개의 사회적기업, 768개의 협동조합, 170개의 마을기업을 포함하여 1천300여개의 사회적경제 주체가 있다. 경기도는 올해 4월 경기도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를 열었다. 경기도는 센터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창업부터 설립 이후 성장까지 도와주는 생애주기에 맞는 지원시스템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 주체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까지의 공공기관 주도형 활성화방안은 사회적경제의 자립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공동체의 자발성과 협력에 의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사회적경제 모델 발굴, 사회적경제를 이끌어줄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기업의 자금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등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이제는 사회적경제 시대다. 시장경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보다 인간 중심의 건강한 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