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2천500원인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인상하고 향후에는 물가상승과 연동시키는 안을 확정하여 공표한 뒤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인상 논거는 단연 국민 건강권이다. 성인 남성의 43.7%에 이르는 높은 흡연율이 흡연 당사자의 건강권 악화와 사회적 고비용을 유발하는 데 비해 담뱃값은 OECD 34개국 중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금연을 유도하는 데 가격인상만큼 확실한 방안이 없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흡연권도 엄연한 권리인데 지나친 차별대우를 받고 있으며, 정부가 말하는 국민 건강권은 허울에 불과하고 실은 조세저항을 피해 세수를 증대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양쪽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현재의 담뱃값 구조와 정부의 논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천500원인 담배 한 갑은 제조원가와 유통마진 950원(39%), 담배소비세 641원(25.6%),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14.2%), 지방교육세 321원(12.8%), 부가가치세 234원(9.1%)으로 구성되어 세금과 부담금이 61%인 1천550원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4천500원이 되면 이 비율은 74%(3천318원)로 올라간다. 금년 들어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세수로 정부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사정도 반대론자들이 정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가격인상만큼 확실한 금연 유도책이 없음을 주장하며 그 예로 노무현 정부 시절 담뱃값 인상에 따라 흡연율이 60%에서 51%로 준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논지의 진실성도 의문이다. 흡연자 중 금연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금연의 주된 이유는 건강에 대한 우려라고 판단된다.
가격효과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보다는 소득이 높아지고 건강 등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데 따른 대응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정부의 금연 유도정책도 가격 인상에 앞서 흡연의 유해성을 강도 있게 지속적으로 홍보, 교육하고 그 유인을 높이는 데 모아져야 할 것이고, 특히 근자에 우려되는 청소년 흡연에 대한 방안으로는 더더욱 그러하다.
정작 더욱 걱정되는 것은 소득의 역진 효과이다. 지난해 성인 남성 흡연자의 4분위 소득수준별 흡연율을 보면 상위층이 36.6%, 중상층 41.3%, 중하층 43.1%, 하위층 47.5%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갈수록 흡연율이 높다.
지금도 하루 한 갑 흡연자의 연간 세부담이 9억 원 아파트의 재산세와 연봉 5천만 원 소득자의 소득세와 맞먹는 점을 감안하면 담뱃값이 인상될 경우 흡연만으로 강남의 10억 원 넘는 아파트 소유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아이로닉한 상황이 되고, 그 부담은 하위 소득계층으로 내려갈수록 무거워진다.
인상에 따른 세수증가도 정부는 가격 인상시 담배 소비가 34% 줄어 2.8조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나, 야당의 모 의원은 5조 넘게, 미국 암학회도 15~20%의 소비 감소를 고려해도 정부 발표의 두 배인 5.6조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정부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제한적일 것을 감안하면 후자의 추계에 더 수긍이 간다. 결국 손쉬운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거둬가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세계 최상위권에 있는 부와 소득의 불균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담배 한 갑에 4천500원이면 가난한 서민의 점심 한 끼 매식에 해당한다.
가격인상의 금연효과는 일시적이고 그리 높지도 않다.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금연 유도정책부터 진정성 있게 펼칠 일이다.
앞에서는 증세하지 않겠다고 예나 지금이나 말하면서 뒤로는 만만한 서민을 쥐어짜 증세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악화하는 재정적자가 걱정이면 전체 조세체계를 대상으로 한 증세 방안을 정공법으로 돌파해나가야 한다.
담뱃값 인상이 정히 불가피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시차를 두어서 서민의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