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물론 영·유아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조기 영어교육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외국어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실시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도 이뤄지는 영어교육은 자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외국문물을 무분별하게 수용케 함으로써 전통가치를 왜곡시키는 가치 혼란을 겪게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을 부추겨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하지만 일부는 수십만 원씩하는 영어 교육에 따로 나서야 한다. 게다가 여름, 겨울방학기간 중 열리는 각종 영어 캠프에 참가하려면 수십만~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수업용 CD와 영어카드 등 영어 교재비도 큰 부담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고양 일산동구)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으로 ‘서울·경기지역의 조기영어교육 인식 및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영유아기에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비율이 78.5%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어교육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조기영어교육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학부모들의 요구가 큰 데서 비롯된다. 현재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71.9%가 조기영어교육에 찬성한 반면, 유치원 원장·교사는 40.8%만이 찬성한다는 통계를 보여 부모와 전문가들 사이의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43.1%만이 조기영어교육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부모들 사이에서도 자녀의 연령이 높을수록 조기영어에 찬성하는 비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영어교육을 경험한 부모일수록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교육을 정규교과 과정에서 외면하기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초등학생은 물론 영·유아들마저 영어교육 열풍에 휩싸이게 한다는 것은 심사숙고할 일이다. 세계 180여개국 중에서 모든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나라는 영어권 나라를 빼고 4~5곳밖에 없다고 한다.
영어를 잘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인식하지만 국가경쟁력은 영어구사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너도나도 영어를 잘하는 자녀로 키우겠다는 학부모들의 경쟁심리도 문제다. 사교육비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는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