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한때 경위 이하 경찰관의 어깨에서 계급장을 볼 수 없었다. 현장경찰관의 자긍심과 당당한 업무수행을 뒷받침하여 법집행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순경 경장 경사임을 나타내는 무궁화 잎사귀 숫자 대신 경찰을 상징하는 동일한 ‘경찰장’ 견장을 부착토록 했기 때문이다. 견장을 부착토록 한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계급의 표시가 ‘계급사회’를 조장한다는게 그것이다. 하지만 시행 9개월만인 2012년 전면 폐지됐다. 평등사회를 구현하려던 당초계획이 ‘새로운 차별’로 인식되면서 내부 반발이 많아서 그랬다. 다시 말해 차별을 없애려다 또 다른 차별논리에 부딪쳐 중도 하차한 것이다.
경찰 조직에서 서열이나 직급을 나타내는 계급장은 상하의 지휘·명령 계통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경찰의 경우 1945년 해방 이듬해 경무총감(지금의 경무관)이, 1966년에는 치안감이, 그리고 1969년에는 적체된 경찰의 사기를 진작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경장과 경정계급을 신설했고 1983년에는 치안정감 계급을 새로 추가하는 등 7차례에 걸쳐 계급이 변했다.
그 결과 지금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부터 순경까지 모두 11개 체제다. 하지만 많은 계급을 만들어내 9급체계인 일반공무원과 비교해 세분화되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비간부급은 비간부에서 머무를 확률이 크고 사기도 저하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은 무궁화 4개다. 그 위로 5개는 속칭 ‘왕무궁화’ 하나라는 경무관, 무궁화 10개인 치안감. 15개인 치안정감순이며 경찰총수인 청장은 작은 무궁화가 무려 20개다. 경찰 넘버2 치안정감은 경기지방청장을 비롯 4명, 넘버3 치안감은 인천지방청장을 비롯 18명이다. 일선경찰서장은 대부분 총경이 맡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예외인 곳이 3군데 있다. 수원 남부서와 성남 분당서, 그리고 창원 중부서 인데 경무관이 서장이다. 경찰서의 과장급인 경정을 비롯, 순경에 이르기까지 일선업무의 모두를 담당하는 경찰의 수는 약 10만명에 이른다.
오늘(21일)은 바로 이들이 탄생한 경찰의 날이다. 인천경찰청이 이를 계기로 치안정감 관서로의 승격을 은근히 기대한다는 보도다. 인천경찰 홀대론을 불식시키고 관내 유관기관장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라고 하는데 ‘계급격상’이 과연 전국하위의 인천 치안력까지 넘버2로 격상시켜 줄수 있을까. 곰곰이 따져 볼일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