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는 재미는 참 솔솔하다. 지나온 시간, 지나온 기억을 더듬어보는 재미, 그건 또 다른 삶의 보너스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아름다웠던 행복했던 시간을 더 많이 기억하는지 과거 속 자신의 모습을 자주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대며 그 때는 참 좋았다고 수없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마치 흑백 사진이 아스라이 풍기는 추억 속 향기처럼 말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소설가 ‘길’이라는 젊은이는 미국에서 파리로 여행을 왔다가 파리의 분위기에 취해 밤늦은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1920년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가 동경했던 수많은 그 시대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그 시기의 매력에 푹 빠져 여러 번 그곳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기도 한 그가 첫눈에 반한 에드리아나라는 여인과 또 다시 1910년대 이전 벨 에포크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벨 에포크시대가 가장 아름다워 보였기에 그곳에서 살기를 원했고 그곳에서 만난 로트렉이나 르느와르 같은 예술가들은 또 다른 과거인 르네상스시대를 최고의 황금기라며 그리워하고 있었다. 결국 현실보다 과거바라기로 사는 숱한 사람들을 보며 주인공인 ‘길’은 당당하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현실 속으로 돌아오게 된다.
현실은 늘 총천연색이다. 오늘 당장 갚아야 할 카드 값과 아이들 학원비, 갖가지 공과금을 비롯한 풍족하다면 풍족한 대로 있을 또 다른 걱정거리. 당장 해결해야할 인간관계를 비롯한 갖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흑백사진 같은 과거를 돌아보는 그 잠시잠깐의 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돌아볼 수는 있어도 돌아갈 수는 없다. 아직도 달큰하게 남아있는 옛사랑의 추억이 현재의 사랑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오늘도 나는 현재를 걸으며 또 다른 과거를 만들고 있다. 차곡차곡 쌓여질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위해서라도 살아있는 동안 가장 젊은 순간인 바로 오늘, 결국 내 인생의 황금기인 바로 이 순간을 아름답게 꾸려갈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나 말이야, 옛날에는 인기 짱이었어.” “내가 종로에 나서기만 하면 후광이 장난이 아니었다구.”라는 착각속의 허풍은 그다지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말하지 않아도 얼굴에서 보이는 말. 오래 산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그 사람의 살아온 흔적을 느낄 수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사람이 풍기는 이미지가 푸근하고 여유가 있을 때 참 기분이 좋다.
마치 우연히 마주친 카페에서 풍미 있는 차를 마주하고 한참을 취해 있었던 것처럼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가슴조차 깡말라 남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바싹 찡그린 사람이 아닌 푸근하게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과거바라기가 아닌 현실에 발 디딘 채 말이다.
▲에세이 문예 등단 ▲한국 에세이 작가연대 회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평택문협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