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엔 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형집행수를 망나니라 불렀다. 1896년(고종 33) 참형(斬刑)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존재했다. 망나니는 천인이나 중죄인 가운데서 뽑아 강제로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대표적인 천시의 대상이기도 했다.
망나니는 죄를 지은 흉악범인 만큼 본성이 포악하고 모질며 행동이 거칠다. 이런 포악성이나 험악성이 몸에밴 망나니의 속성이 일반인에게 확대 적용되어 ‘말과 행동이 몹시 막돼먹고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이라는 일반적 의미도 생겨났다.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은 ‘개망나니’라고 해서 따로 부른다. 그리고 특별히 술을 먹고 망나니짓을 하는 사람을 ‘술망나니’라고 한다. 모두가 남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는 인물들이며 과거엔 동네마다 한 두명씩은 꼭 있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기도 했다.
망나니짓을 하는 무리들을 예전엔 깡패라 불렀다. 몰려다니며 폭력을 함부로 휘두르고 못된 짓을 하는 불량배들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광복 후 정치 권력과 결탁하여 폭력을 휘두르며 못된 짓을 자행한 이른 바 ‘정치 깡패’가 나타나기도 했다. 자기들끼리는 의리를 챙기면서도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깡패라는 말은 이들 정치 깡패들이 정치판에 수시로 동원되면서 생겨난 신조어(新造語)이다. 광복 후 사회 혼란을 틈타 정치 폭력과 살인을 일삼는 패거리가 등장하자 그 무리를 지칭하기 위해 깡패라는 단어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깡패’를 ‘깡으로 사는 패거리’라는 의미로 보거나, 영어의 ‘갱스터(gangster)’와 국어의 ‘패거리’가 결합한 어형으로 보는 설도 있다. 물론 학술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나 전적으로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80년대 이후 깡패 대신 폭력배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고 있다. 그리고 90년대이후 폭력배는 조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해서 조직 폭력배 즉 조폭(組暴)으로 부른다. 이들은 주먹보다는 흉기를 앞세워 그야말로 ‘집단 망나니’들이나 다름 없는 짓을 서슴지 않아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요즘은 동네마다 조폭이 있을 정도로 다변화(?)했다.
경찰이 동네조폭을 신고한 범법행위자를 면책 시켜주는 제도를 시행한지 100일이 지났으나 흐지부지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조폭 처벌이 미약,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 자체가 없어서 라고 하는데 약발이 받지 않으면 더 센 처방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