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 필요한 가치로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였다.
청소년들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도 무려 55.4%가 ‘배려’라고 응답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배려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학교폭력, 왕따 등의 원인을 배려가 부족한 데서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배려에 목말라하는 까닭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이다.
곧 공감인지능력의 부재 탓이다. 공감인지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정서, 즉 고통과 기쁨,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동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켜 주는 능력’(이영숙, 2005)이다.
청소년들의 경우 과도한 입시 경쟁 속에서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타인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약해졌다. 공부는 잘해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친구들과 선생님께 어떤 상처를 줄지 예상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공감인지능력은 배려를 통해 배운다. 배려는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주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으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성인들로부터 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 우리 주변에도 배려의 성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필요를 미리 알고 있다가 소리 없이 그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 적절한 말 한 마디로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타인의 삶에 잔잔한 변화를 일으키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기업에서도 CEO는 물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람들에게 배려의 성품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번트리더십’이 그 중 하나이다. 조직원을 잘 배려하는 리더가 기업의 목표 달성에도 적합하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조직원들 또한 배려하는 리더를 더 잘 따른다. 그러므로 관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배려의 성품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인 셈이다.
우리 자녀들에게 이 배려의 성품을 가르쳐야 하는 까닭이다. 배려의 성품을 가진 자녀로 키우려면 무엇보다 다음 3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부모가 배려의 성품을 보여주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교육심리학자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은, 사람에게는 타인의 언행을 모방하는 능력이 있어서 부모와 교사는 물론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언행을 쉽게 모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중매체의 부정적인 언행을 모방하기 전에 부모의 배려가 먼저 아이들에게 각인되도록 모델이 되어야 한다.
둘째,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아는 공감인지능력을 훈련해야 한다. 이기적인 아이들은 모든 상황을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므로 상대방의 형편을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아는 공감인지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오늘 아빠 기분이 어떠신 것 같니?”, “그 친구는 왜 그렇게 화가 난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도록 훈련시킨다.
셋째, 배려심 없는 이기적인 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 자녀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을 때 ‘좀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넘어가거나, 남을 배려하는 것이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기적인 태도가 지속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 속담에 ‘사람들은 친절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을 향해 나눠주고 배려해야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행복한 인간관계, 행복한 세상은 돈이나 그럴 듯한 언변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배려하는 성품이 그 해답이다. 배려의 성품은 세상을 바꾸는 도전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