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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암(田游巖)은 중국 당나라 고종(高宗) 때 은사(隱士)로 명망이 높았다. 그는 기산에 은거하며 스스로 유동린(由東隣)이라고 불렀다. 조정에서 여러 번 등용하려고 불렀으나 그는 나아가지 않았다.

나중에 고종이 숭산(嵩山)에 행차하였다가 그가 사는 곳에 들러 ‘선생께서는 편안하신가’라고 안부를 물었다. 전유암은 ‘신은 샘과 돌이 고황(膏 )에 걸린 것처럼, 자연을 즐기는 것이 고질병처럼 되었습니다(臣所謂泉石膏, 煙霞痼疾者)’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샘과 돌 곧 천석(泉石)은 자연경관을 뜻한다. 고질병이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병’이니 얼마나 고상한가? 그래서 생겨난 사자성어가 ‘천석고황(泉石膏 )’이다.

퇴계 이황은 고향으로 낙향해 지은 ‘도산십이곡’ 첫 구절에서 자연사랑 이라는 고질병에 걸린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오/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렇다 어떠하리오/하물며 천석고황(泉石膏 )을 고쳐 무엇하리오.

고(膏)는 심장의 아랫부분, 황( )은 횡격막의 윗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고황(膏 )은 사람 몸의 가장 깊은 부분을 비유하는 뜻으로 사용됐다. 옛날에는 병이 여기까지 미치면 치료할 수 없다고 여겼다. 때문에 ‘고황에 들었다’고 하면 불치병이나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병을 또 다른 말로 연하고질(煙霞痼疾)이라고도 한다. 안개와 노을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고질(痼疾)이라고 하면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얘기한다. 오래 되었는데도 고쳐지지 않거나 평소에 시달리는 병이란 뜻이기도 하다. 좋지 않은 관습이나 버릇 등을 가리킬 때도 사용한다.

흔히 쓰는 ‘고질병(痼疾病)’에 갈음할 수 있는 순수 우리말로는 ‘든버릇’이 있다. 몸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은 버릇 중에 고치기 어려운 고질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뜻하는 말이다. 좋은 버릇은 끊임없이 힘을 들여야 만들어지지만 나쁜 버릇은 저절로 찾아온다고 해서 붙여졌다.

엊그제 북한 김정은이 재발성 ‘고질병’인 낭종 제거수술을 했다는 국정원보고가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김정은의 신체적 고질병뿐만 아니라 인권탄압이라는 북한의 또 다른 고질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 는 아닌지.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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