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우리에게 진정 도움이 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감사하는 마음이 입을 통하여 말로 구체화되면, 즉 목소리로 울리는 ‘감사합니다!’의 말 한마디는 잔잔한 호수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력을 발휘한다.
이제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이다. 뿌리지 않으면 결실은 없다. 이 말은 진리다. 진실을 뿌리면 위안을 받는다. 거짓을 뿌린다면 물론 온통 고통이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매일 매일의 삶에서 진정성을 가진 씨를 뿌릴 때 추수할 때가 되면 기쁨의 결실이 기대된다.
사회는 상대적임을 알 수 있다. ‘콩 심은 데서 콩 나는 법이고 팥 심은 데서 팥이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사이엔 그 어떤 사술(邪術)이 스며들 여지가 없음이다. 그래서 공평무사(公平無私)란 단어가 있으며 이 단어를 기억하면서 우리는 공의와 정의롭게 살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눈을 팔면 어느 순간에 사술은 우리에게 다가와 혼란스럽게 한다. 고요한 마음의 평정을 한없이 깨뜨려버린다.
풍요로운 가을, 감사의 계절에 감사함을 잊지 않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넉넉한 마음이란 ‘양보’이며 ‘용서’다. 양보의 위대함은 생기를 넣어준다. 용서의 위대함은 사랑의 실천이다. 이 풍요로운 들판을 바라보며 오곡백과가 여물어가는 생물의 알곡들. 우리는 그 생물의 알곡들을 먹으면서 삶을 영위한다. 이 풍요로운 알곡들처럼 우리 마음들도 알찬 결실들로 가득했으면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감사함이다.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우승한 반, 준우승한 반 등 우열이 결정된다. 필자가 담당한 반이 체육대회 때 학년에서 준우승을 하였다. 아무리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안전한 상황에서 부상자 없이 경기를 마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반이 준우승을 하였다. 소박하나마 담임으로서 음료수와 빵을 제공했다. 경기결과보다는 열심히 참여하여 얻어낸 진실한 노력이요 땀방울의 결과였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고귀한 사회성 가치를 경험을 통하여 획득한다. 단결의 중요함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치임을 깨닫는다. 그날 한참 후에 반장과 체육부장이 음료수와 빵을 사가지고 다가온다. 웬 것이냐며 물었더니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위하여 빵을 사주셨잖아요. 그래서 감사해서 저희 둘이 선생님께 드리는 겁니다.” 나는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중학교 1학년 나이에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다니.. 물론 나도 반 아이들이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감사해서 사주었던 것이다.
저녁이 되니 감사해했던 반장과 체육부장이 내 맘 속에서 소중한 인격으로 자라고 있었다. 너무나 마음씨가 아름다웠다. 감사함은 소중함을 낳는가 보다. 소중함은 아끼는 것이다. 나는 우리 반 반장과 체육부장에 대하여 한없이 아끼는 마음과 소중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만큼은 마음이 풍요로웠다. 올 한해 풍성한 저 황금빛 들녘처럼......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경기예총 2012년 빛낸 예술인상 수상 ▲한광여중 국어교수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시집 ‘카프카의 슬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