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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 시대엔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혈(穴)이란 전법을 썼다. 성벽 밑에까지 버팀목을 대면서 땅굴을 파 그 버팀목을 불태워 성벽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또 지돌(地突)이라 해서 성벽밑으로 땅굴파고 그곳을 통해 성내로 진입하는 전법도 구사했다. 모두가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기습공격의 방법들이다.

당시엔 이를 방어하는 전술도 아울러 발달했다. 높은 망루에서 적의 진지를 정찰하여 땅을 파낸 새 흙더미가 있는지 조사하고, 땅굴이 확인되면 활, 투석기 등으로 입구를 공격했다. 또한 성 안에 지하수가 있는 곳까지 우물을 파고, 우물 속 항아리에 가죽을 씌운 것을 청음기로 삼아 넣어두고 적의 침입로를 찾아내고, 반대 땅굴을 파서 땅굴 속에 연기나 불을 불어넣어 질식사시키거나 불태워 죽이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때로는 땅굴 속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용도의 땅굴이 1200여년 지난 1974년 11월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돼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북한이 기습전을 목적으로 파놓은 땅굴이 발견된 장소는 경기도 고랑포 동북방 8㎞ 지점이며 남방한계선을 불과 800m 남겨 놓은 곳이어서 충격을 더욱 크게 했다.

특히 전체 길이 3.5㎞의 땅굴 안에는 레일이 깔리고 궤도차(軌道車)가 놓여 있었고 유사시 1시간에 1개 연대 이상의 무장병력을 통과시킬 수 있으며 궤도차를 이용할 경우 포신(砲身)과 중화기 운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7·4공동성명이후 화해분위기였던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기도 했다.

4개월 뒤인 1975년 3월 철원 북방 13㎞ 지점에서 시추탐사에 의해 규모가 더 커진 두 번째 땅굴이 발견됐고 1978년 10월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에서 세 번째 땅굴이, 1990년 3월 에는 강원도 양구 북방에서 제4땅굴이 발견되면서 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란 속담처럼 유사 땅굴 발견 민원은 끊이지 않았지만 그 이후 다른 땅굴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4반세기 가까이 발견되지 않던 땅굴의 존재여부가 논란이다. 한 예비역 공군 소장이 유투부에 올렸다는 ‘청와대는 물론 전국에 남침용 땅굴이 바둑판처럼 들어와 있다’는 요지의 동영상 때문이다. 군당국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 등 해명에 나서고 있으나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국론이 소모되는 한반도의 현실이 안타깝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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