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의 한 달은 정확히 29.53일이다. 1년은 계산하면 354.37일로 양력보다 약 11일이 적다. 달의 움직임을 근거로 만들어서 그렇다. 3년마다 윤달을 넣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태양주기를 바탕으로 만든 율리우스력은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고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은 여기에 400년간 세 번의 윤년을 평년으로 한다. 그만큼 정확하다는 얘기다
24절기는 달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고대 중국 주나라 때 고안됐고 달력에 쓰인 것은 6세기 초 위나라 때부터라고 한다. 당시 통용되던 음력이 계절을 잘 반영하지 못하자 농사용 절기를 따로 만들었던 것이다. 24절기는 춘·하·추·동 계절별로 각각 6개의 절기로 이뤄진다. 명칭은 4계(입춘, 입하, 입추, 입동)와 더위(소서, 대서), 추위(소한, 대한), 비와 눈(우수, 곡우, 소설, 대설) 등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만큼 24절기의 날짜는 매년 조금씩 다르다. 그중 열아홉 번째 절기가 바로 오늘(7일) 입동(立冬)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 무렵이다. 겨울로 들어서는 날이라고 해서 예부터 김장등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과거엔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김치맛이 제일 좋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입동 후 5일씩을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가 그것으로 초후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으며, 말후가 되면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했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도 있었다.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 잔치를 벌인게 그것인데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잔치음식을 출연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논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도랑탕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조선시대에 입동을 전후 내의원(內醫院)에서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겨울철 쇄약해지기 쉬운 노인공경 풍속이다.
소외받는 이웃들의 추위가 더욱 깊어지는 계절이다. 입동을 맞아 다시 한번 우리 주위를 둘러 봤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