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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이야기]화장실의 변신도 양성평등

 

요즈음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중화장실에 들르면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과거에는 공중화장실이 남녀공용인 곳도 많았고, 여성화장실이 별도로 있어도 줄이 길어서 ‘여자들은 굼뜨다’는 핀잔을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말이다. 요즈음에는 자녀의 기저귀를 가는 아빠들을 위해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공중화장실이 넓고 쾌적해진 것은 단순히 우리의 생활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양성평등한 시각에서 다양하게 분석한 결과, 즉 성별영향분석평가결과를 반영하여 관련 법률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장실법’)이 새로 제정된 것은 2004년 1월이다. 이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하며,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변기의 수를 양성평등하게 갖추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법률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성화장실의 기다리는 줄은 별로 줄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정책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찾아 나섰다. 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해소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와 일상복장의 차이에서 오는 소요시간의 차이를 분석해 보니, 여성이 남성보다 약 1.5배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단순히 변기 수의 평등만으로는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화장실법’은 재개정되기에 이르렀다. 2006년 4월에 개정된 법률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 또는 시설에 설치하는 공중화장실 등의 경우에는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시행일 2006.10.29.)고 되어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가 우리의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든 또 다른 대표적 사례로 지하철 손잡이를 들 수 있다.

지하철 손잡이는 성인남성의 평균신장을 기준으로(바닥에서부터 167㎝ 높이) 획일적으로 제작되어 있어 키가 작은 여성, 아동, 노인들은 이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2007년부터 지하철에는 157㎝, 160㎝, 163㎝, 170㎝ 등 다양한 높이의 손잡이를 번갈아 설치하도록 하였으며, 노약자석 앞 손잡이 또한 낮춰 편의를 도모하였다.

여성 이용자가 많은 공원과 등산로의 변신도 맥락이 비슷하다. 남녀간 신체차이를 고려하여 등산계단의 높이를 낮추는 한편, 남성위주의 ‘역기’와 같은 기구를 줄이고, ‘허리돌리기’, ‘지압기’ 같은 여성의 선호를 고려한 운동기구를 배치함으로써 남녀가 함께 즐기는 시설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성별영향분석평가의 실제 사례들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이제 법률로 제정되어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평가하여 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성별영향분석평가법’, 2011년 9월 제정).

혹자는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여성만을 위한 정책도구가 아니냐 반문하기도 하지만, 남성에게 차별적이었던 사업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개선된 사례도 있다. 2004년 캐나다에서 개선된 당뇨병 검진사업이 대표적이다. 당뇨병의 경우 발견시기에 따라 치료방법과 호전정도에 차이가 큰데 여성들은 주로 출산전후 검진으로 조기발견이 가능하여 식이요법이나 약물치료로 증세가 호전되는데 비해, 남성들은 생애주기상 조기검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합병증이 나타나는 중증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장기화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당국은 남성당뇨병 조기검진 예산을 편성하였고 장기적으로 국가예산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성별영향분석평가는 남녀간의 ‘차이’로 인한 현상이 남녀간의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을 검토, 분석, 평가하여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그 근본목적이 있다. 양성평등 정책은 이렇게 우리 생활주변 곳곳에서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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